보험상품 적용 표준이율 인하와 보험료 인상 논란

머니투데이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 2014.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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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알 것이다. 보험산업과 연계해 교훈을 되새기자면 중요한 것은 장기적 안목이고 안정적인 미래와 현재의 부담간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연대'라는 보험의 기본적 성격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러한 정책적인 강조가 '영속 기업'이라는 토대를 잠식할 위험은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하면 좋아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서민들의 생활은 팍팍하고 그러니 당장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규제를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것을 막으려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지금 보험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작년 4월 금융감독원이 보험상품에 적용하는 표준이율을 연 3.7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보험사들이 실제로 적용하는 예정이율은 인하되지 않았다.

곡해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단순하게 말하면 표준이율은 보험사가 비용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금리고, 예정이율은 수입인 보험료를 받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금리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원용한다면 결국 작년 4월 보험사의 원가는 상승했는데 이를 보험사들이 가격에 전가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험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표준책임준비금제도라는 좋은 제도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표준이율이 인하되면 예정이율을 인하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2005 회계연도에 표준이율이 4.75%에서 4.25%로 인하됐을 때는 생명보험사들의 예정이율이 4.0%에서 3.25%로 무려 0.75%포인트 인하되기도 했다.

보험사들이 부담하는 금리 위험이 지나치게 클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들의 안정성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정마진 확보가 가능하도록 예정이율은 항상 표준이율보다 0.25~0.75%포인트 높게 유지돼왔다.

예정이율이 표준이율과 같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은 표준책임준비금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다. 결국 보험사가 이익을 취하는 세 가지 원천(사차, 이차, 비차) 중 이차가 거의 없는 사실상의 역마진 상황에서 신규 상품이 설계돼 판매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가격의 속성은 항상 이중적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가격은 낮을수록 좋다.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상품 공급자의 감소를 가져와 결국 소비자 후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공급자의 수입이며 적정한 규모의 수입 확보가 기업의 영속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에 대한 부담을 보험료에 전가시켜 손쉽게 경영난을 타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적정성 규제인 RBC제도가 강화돼 실시되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보험사 입장에서 저금리에 따른 자산운용 부담을 보험료에 전가시킬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RBC제도의 위험량 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신용위험과 금리위험인데 이를 최소화해 규제비율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대부분을 장기 국고채와 특수채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험사 자산운용의 기준이 되는 국고 10년물 금리는 2011년 8월 이후 4% 미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작년 초에는 심지어 3% 미만으로 하락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3%대 중반으로 회복된 최근 상황을 반영하더라도 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 보험사의 신규투자 이익률이 4% 수준으로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결국 현재의 예정이율 체계 하에서는 이론적으로마저도 보험사의 이차마진이 거의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첫째, 이차마진을 확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량 보험사들이 이차마진 비중이 큰 연금과 같은 상품 판매를 줄이게 된다.

따라서 노후보장을 위해 연금시장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며 동시에 장기적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는 연금보험 시장에서 우량 보험사들의 비중이 오히려 감소하는 모순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저축성 및 연금보험 판매의 경우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감소하는 있는 것은 이러한 보험사들의 곤혹스러운 처지가 반영돼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보험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의 상품·회사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으며 자본확충 등의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줄어들게 되면 보험사에 대한 투자의욕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자본적정성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여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원히 가격전가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저금리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에는 예정이율이 크게 인하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갑작스러운 예정이율 인하로 급격한 보험료 상승이 나타나게 되면 소비자나 업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금리 보장은 해줘야 하는 반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한 탓에 자산운용수익률이 계속 악화되면서 이차 역마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감독당국자의 언급처럼 현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표준책임준비금제도라는 합리적인 제도가 도입돼 시행된 지 벌써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혁신적인 뭔가를 찾기 이전에 도입된 합리적 제도의 시행이 보다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운용의 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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