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시될 중위험·중수익 ETN, 대체 뭐길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4.01.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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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N(상장지수채권) 등 중위험·중수익 파생결합증권도 도입해 장기 안정적 투자문화를 조성토록 하겠다."

지난 1월 초순 취임 100일을 맞이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한국거래소 선진화전략을 소개하며 밝힌 내용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나 돼야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ETN은 이미 2006년부터 글로벌 주요 증시에 상장돼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ETN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는 ETN시장의 유래와 특징 등 내용을 잘 정리했다. 국내에 곧 도입될 ETN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ETF는 펀드, ETN은 채권
ETN과 ETF(상장지수펀드, Exchange Traded Fund)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으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수익률이 주가지수나 선물·상품지수 등 특정지수와 연동된다는 점도 비슷한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엄연히 ETF는 펀드인 반면 ETN은 채권성격의 상품이라는 점이 다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해 지수에 편입된 자산을 실제로 사들인다. 이 때문에 지수의 등락은 투자자의 손익을 직접적으로 결정한다.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수익이나 이자수익은 지분율에 비례해 투자자에게 배분된다. ETF는 펀드로서의 성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상품이다.



반면 ETN은 주로 증권사가 자사의 신용에 기반해 발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ETN은 펀드와 달리 지수움직임에 연계해 사전에 약정된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품이다.

ETN을 발행한 증권사는 실제 지수에 편입된 자산을 실제로 편입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든 사전에 약정된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사전에 돌려줘야 하는 수익이 특정돼 있다는 점에서 ETN은 채권의 성격도 가진다.

◇ETN은 구조화상품, 증권사의 운용능력이 필수
이 운용과정에서 발행사는 채권 등 안전자산은 물론 주식·선물·옵션·상품 등 각종 자산을 활용한다. 이같은 특징으로 인해 ETN은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와 같은 구조화상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ETN을 알기 위해서는 ELS, DLS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로 장외에서 매매되는 ELS, DLS는 증권사가 주가지수나 통화·상품 등 파생상품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사전에 약정된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해당지수의 움직임이 일정폭 이상 오르거나 떨어지지만 않으면 투자자는 보통 4~10%의 이자를 더한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이같은 약정수익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 중 70~90%를 채권 등 자산에 묻어둔다. 안정적으로 일정수준의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다. 나머지 10~30%의 자산은 증권사가 주식이나 주가지수나 상품지수의 선물·옵션 등에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운용성과가 기대치보다 높을 경우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돌려주기로 한 수익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운용수익으로 가져간다. ELS, DLS를 투자자에게 판매할 때의 판매수수료 수익은 별도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ELS, DLS를 팔 때 88bp(0.88%포인트)의 판매수수료를 수취해왔다.

기존 ELS나 DLS의 경우 이 운용부분을 외국계 증권사에 맡기는 '백투백헤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첫 ETN 출시를 준비 중인 증권사들은 이를 대부분 '자체 헤지'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TN 상장에 따른 판매마진 외에 운용마진까지 얻겠다는 심산에서다.

관건은 ETF와 차별성 확보
문제는 ETN이 ETF와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여부다. 이미 ETF가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표적으로는 주가지수형으로 이미 KOSPI200지수나 KOSPI100지수, KOSPI50지수 뿐 아니라 MSCI KOREA지수를 추종하는 상품까지 나와 있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KOSPI200지수의 경우 레버리지 ETF, 인버스 ETF 등 지수상승의 2배까지 수익을 올리거나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중국의 CSI100지수나 브라질 주가지수는 물론 일본, 브릭스, 나스닥,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도 많다. 콩과 같은 농산물은 물론, 금·은 등 귀금속이나 원유 등의 지수를 비롯해 리츠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지수들도 이미 ETF가 선점한 상태다.

국내 증권사들은 ETN을 출시하기 위해 기존 ETF들이 선점하지 않은 지수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자체 운용을 통한 수익확보 이전에 ETN이 추종할 만한 지수 확보가 필수라는 얘기다.



하지만 ETN은 ETF와 달리 투자대상 자산을 실제로 편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변동성지수처럼 투자자산이 무형의 형태인 개념상 지수에도 ETN은 투자할 길이 있다는 얘기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자산이 일반상품이거나 복잡한 구조의 벤치마크 지수는 지수의 수익률을 정확히 복제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며 "이같은 상품군의 경우 ETN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출시될 중위험·중수익 ETN, 대체 뭐길래?


◇2006년 바클레이즈가 뉴욕거래소에 첫 상장, 연평균 37% 성장
ETN(Exchange Traded Note)이라는 이름의 상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 6월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즈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일반상품 지수를 추종한 2개의 상품을 상장하면서부터였다.

이미 2003년에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가 ETC(상장지수증서, Exchange Traded Certificate)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ETN이 주요 상품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06년부터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캐나다의 토론토증권거래소,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이탈리아 증권거래소, 북유럽의 나스닥 OMX 노르딕 거래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 등이 ETN 상품을 상장시킨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ETN 시장의 규모를 일관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ETN에 대한 규정과 용어가 국제적으로 통일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ETN, ETF 등을 포함하는 ETP(상장지수형상품)의 시장은 2000년 790억달러에서 2012년 1조9000억달러로 늘었다. 이 중 ETF를 제외한 ETN, ETC 등의 시장은 같은 기간 50억달러에서 2040억달러로 성장,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중위험 중수익형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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