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안 해준다고 혐오의 대상?"···'김치녀 대자보' 화제

머니투데이 이슈팀 박다해 기자 2014.01.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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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고대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에 화답하는 대자보가 연달아 붙으며 '김치녀 대자보' 열풍이 온라인으로 번졌다/ 사진='댁의 김치는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지난 15일 고대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에 화답하는 대자보가 연달아 붙으며 '김치녀 대자보' 열풍이 온라인으로 번졌다/ 사진='댁의 김치는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에 '김치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연달아 붙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정말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김치녀'는 '된장녀'처럼 한국 여성을 비하하거나 왜곡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이 대자보 작성자는 "고려대에서 시작된 안녕들하십니까 움직임은 다양한 이슈에 대한 물음을 던졌습니다"라며 운을 뗀 후 "하지만 이러한 이슈들 가운데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 시대의 여성들은 안녕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김치녀'는 '일부 개념없는 여성들을 가리킨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개념없음'의 잣대는 남성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다를 뿐더러 몹시 자의적이고 폭력적입니다"라며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에서는 못생기거나 뚱뚱한 여성을 당연하게 웃음거리로 삼고 비하하지만 키 180cm 이하의 남자가 루저라던 여성은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채 사회에서 매장당해야만 했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더 이상 성형을 했다고 해서 못생겼다고 해서 연애 상대에 대한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처녀가 아니라고 해서 섹스를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썼다.

작성자는 "이제는 안녕하지 못한 김치녀들이 모든 한국 여성들에게 묻고 싶습니다"라며 "행여 '김치녀'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검열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안녕하지 못함이 너무 힘들어 마음 속 답답함을 묻어두고 안녕하다고 믿고 계신 것은 아닌지 여성혐오가 보편적인 사회 안에서 '정말로' 안녕하신 건지 말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자보는 "댁의 김치는 안녕들 하십니까"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에 동조하는 '김치녀가 될 수밖에 없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란 제목의 또 다른 대자보는 "취업시장 최고의 스펙은 '남성'이다"라며 "여성이 직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남성보다 더 남성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치녀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건 이 각박한 세상입니다"라며 "평범한 여성이 이 사회에서 안녕하려면 김치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고 적었다.

'김치녀' 대자보 열풍은 16일 현재 온라인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댁의 김치는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에서는 "김치들의 항변을 받습니다"라며 "여성으로서 안녕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연들을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보내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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