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잦은 변경=상장폐지 신호탄?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4.01.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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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후 대표이사 변경 공시 285건···실적 악화 장기화·주가 불안정 코스닥 업체 상당수

대표이사가 자주 바뀌는 코스닥 상장사들에게서 나타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장기간 실적 악화로 경영난에 처한 상장사들이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작업은 수장 교체였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5일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대표이사 변경 공시는 총 285건. 이 중 상당수가 코스닥 상장사이며 두 번 이상 대표이사를 변경한 업체가 39곳이다.



이 기간 총 4회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낸 업체(에스비엠, 쓰리원, 삼목강업, 폴리비전) 네 곳 중 한 곳이 상장폐지됐다. 위폐감별기 제조업체 에스비엠은 한때 영업이익률 30%대를 올리는 유망주로 꼽혔지만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에 당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몰락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네 차례 변경됐다.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쓰리원 (445원 ▲2 +0.5%)은 지난해에만 세번 대표이사를 변경한데 이어 올 들어 또 한 차례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단독대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표가 한번 바뀌었고 각자대표 멤버가 세 차례 변경됐다.



전날 쓰리원은 김덕일 대표가 물러나고 김승필, 이준호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사측 관계자는 잦은 대표이사 변경과 관련해 "공시에 밝힌 대로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결정이고 그밖에 언급할 사항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동양시멘트, 네이처셀(옛 알앤엘삼미), 씨그널정보통신, 우리로광통신, 이트론, 케이엠알앤씨 등도 지난해 총 3번의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동양시멘트, 네이처셀 등 두 종목이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던 김종오 대표이사가 1주일만에 단독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작년 상반기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네이처셀도 대표이사가 라정찬→김홍갑→라정찬→이형승으로 세차례 변경됐다. 2011년(-16억원)부터 2012년(-19억원)까지 당기순손실을 낸 네이처셀은 2013년 3분기에만 31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밖에 관리종목인 르네코는 공동대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한 뒤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한창이다. 현금흐름이 2년 연속 적자상태인 르네코는 재무구조개선 차원에서 자회사 아이디에스 지분 17.78%(337만2041주) 전량을 금영에 매각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대표이사 변경이 잦은 종목에 투자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장폐지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는 점에서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대표이사 변경이 잦은 기업일수록 사업 안정성이 낮다"며 "대표이사 변경을 많이 하는 기업에서 횡령 등의 사고가 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추이도 불안정하다. 빈번한 급등락으로 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는 일이 다반사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던 네이처셀은 지난해 최저가(330원)를 찍고 두 달 뒤 최고가(1260원)를 경신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6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동방선기도 지난 1년 간 5000원대에서 2000원대까지 폭락하며 출렁이다가 올 들어 5000원선을 회복했다. 1년 전 2000원대를 상회하던 쓰리원 주가는 현재 900원대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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