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강자보(彼强自保) 상대가 강할 땐 나를 먼저 돌보라

머니투데이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01.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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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피강자보(彼强自保)라는 말이 있다. 바둑의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아홉 번째 비결로 '상대방이 강할 때는 자신을 먼저 돌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현재 증시 상황에 빗대어 보자. 여기서의 상대방(彼)은 매크로 이슈와 선진진영을 말한다. 자신(自)은 펀더멘털 논리와 한국을 비롯한 신흥진영이 될 것이다. 매크로 이슈의 영향력이 큰 시기에는 펀더멘털 논리가 부각되기 힘들며, 정책 모멘텀을 등에 업은 선진증시의 기세가 강할 때 한국이 우위를 점하기 힘든 구조다.



상반기 세상은 보기 드문 정책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그간 자산가격 상승의 양분이었던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있고, 유럽은 은행동맹을 중심으로 경제 통합의 첫 걸음을 내디디려 할 것이다. 중국은 안정적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강화할 것이며, 일본은 사십년 세월동안 집권당을 무덤으로 이끌었던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정책 헤게모니는 선진국에 있으며 이머징은 중국에 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정책에 동반되는 수혜는 헤게모니를 가진 국가들에게 주어지나 이로 인한 환율과 금리, 그리고 자금흐름의 변화에 한국은 온전히 노출돼있다.



이럴 때는 자신을 보전하는 것이 우선이다.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큰 전기전자나 자동차 같은 대형 수출주보다는 은행과 유틸리티 같은 내수 섹터가 당분간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요국들의 정책 목적이 공히 안정적인 성장 도모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계소비를 중심으로 선진국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이는 곧 한국의 수출 증대와 기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금년 수출 증가율은 6%대로 기업실적은 2010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은 자신을 지키되 서서히 나아갈 기회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금년 2분기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구조조정 계획이 모습을 드러내고 일본의 소비세 인상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매크로 이슈가 환율과 주가에 상당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


상대방(彼)의 기세가 정점에서 내려오는 시점에서 베팅에 나서자는 것이다. 대형 수출주를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으리라 본다. 하반기에는 펀더멘털 논리가 좀 더 우세할 것이다. 기업실적과 수익성 회복에 대한 추세가 자리잡게 되면 화학과 조선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그간 이어져 오던 실질금리의 상승 추세도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물가 상승압력은 하반기에 강화되는 반면 명목금리는 미국 테이퍼링 우려 등으로 상반기에 오른 후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예금으로 쏠리던 국내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서서히 이동하게 될 것이다. 기회는 다가오고 있다. 조금만 더 인내하고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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