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비중 축소에 동참해야 하는가?

머니투데이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2014.0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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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증권사 전략가는 향후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이러한 일을 함에 있어 전략가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이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다.

'청마(靑馬)의 해'로 불리는 갑오년 증시는 전략가에게 고통을 안겨주며 시작되고 있다. 필자는 올해 증시를 전망하면서 2분기 중반까지는 우상향 패턴을 이어가고 이후 조정 국면을 예상하고 있었다. 최근 주가 흐름은 이 생각이 '고집'인지 아닌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2분기 중반 이후로 예상한 조정 국면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일까?



고민의 결과 당초 예상 패턴을 바꿔야 하는 환경의 변화는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또한 고집일 수 있지만 그 이유를 지금부터 얘기해보고자 한다.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서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 핵심은 '테이퍼링'으로 표현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작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1월부터 연준이 100억달러의 자산 매입을 줄이기 시작하면 신흥시장에서의 글로벌 자금 이탈이 본격화된다는 주장이다. 연초 나타난 국내증시에서의 공격적인 외국인 매도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필자는 이러한 시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올해 글로벌 증시에서 미국의 테이퍼링이 중요한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시기다. 필자는 테이퍼링 이슈 영향력이 확대되는 시기는 테이퍼링 시작점보다 종료논쟁이 불거질 때라고 본다. 이때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질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의 변곡점은 달러 강세가 본격화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그 시기를 추정해보자. 시기를 추정하기에 앞서 한 가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연준의 국채 매입 감소라는 '수요' 측면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찍어내는 국채 발행이라는 '공급' 측면도 같이 감안해야 한다.

우선 공급측면의 국채 발행은 미 의회예산처가 제시한 국채 발행 스케줄을 적용하자. 올해 미국 재정적자는 5000억달러 내외로 전망돼 예년보다 국채 발행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한편 수요에 대한 가정은 지난해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밝힌 내용에서 힌트를 얻자. 연준은 테이퍼링 규모를 경제 여건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용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향후 테이퍼링 속도에 대한 연준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미 종료기준에 닿아버린 실업률보다는 물가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플레 기대 심리가 빠르게 살아나지 않는다면 테이퍼링 속도는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 높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핵심 PCE 기준 1.5%를 중요한 1차 임계점으로 본다. 핵심 PCE는 1.4~1.5%까지 빠르게 했던 당시 QE 1·2가 종료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핵심 PCE가 1% 초반 대에서 유지되고 있어 연준의 QE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예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한다면 매 FOMC마다 현재 수준인 100억달러씩 축소를 가정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를 감안한 연준의 국채 커버 비율을 계산해보면 답이 나온다.

연준이 소화하는 국채 커버비율은 올해 4~5월이나 돼야 줄어들기 시작할 전망이다. 이때 이후가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올해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는 중요 변곡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대응을 하기 위한 코스피 기준선을 잡아보자. 결론적으로 코스피 1950포인트 이하에서는 주식 비중을 늘렸을 때 수익률 확보가 가능한 저평가 영역으로 판단한다.

코스피 1950포인트는 2010년 이후 평균 밸류에이션인 12개월 선행 PER 9.1배와 PBR 1배가 겹치는 선이다. 올해 상반기 경제 및 증시 환경을 고려했을 때 유로존 위기, 중국 경기둔화, 미국 정책불확실성, 엔화 약세, 뱅가드 매물 등이 끊임없이 거쳐 왔던 지난 3년간의 환경보다는 나을 거라 본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의 평균 아래로 지수가 하락했을 때 주식을 파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겠는가?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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