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시급락 원인 '엔화 약세' 속도 준다

머니투데이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01.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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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


많은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비웃기라도 2014년의 증시는 연초 급락으로 서막을 장식했다.

결국 1월 효과에 대한 장미빛 기대감을 연초부터 무색하게 만들었던 트리거는 엔화 약세였다. 이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4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 것도 결국 엔화의 약세로부터 유발된 측면이 있다.

사실 엔화의 약세기조 자체를 부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지난 1일에도 BOJ 구로다 총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양적완화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바 있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대규모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의 정책 스탠스 차이는 결국 엔화의 약세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양국의 정책 구도가 쉽게 바뀔 수 없다는 점에서 엔화의 약세기조는 연중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분명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환율의 변화에 있어서 방향성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속도이다. 완만한 속도의 환율 변화라면 결과적으로 같은 폭의 변화라 할지라도 경제나 기업이 내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훨씬 덜하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엔화의 약세 속도가 둔화되면서 시장에 미치던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완만한 속도의 엔화 약세를 예상하는 이유는 일본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상승해 있다는 점이다. 국채수익률과 물가연동 국채수익률의 차이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일본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최근 1.7% 수준까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인 2%대에 근접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 하에서라면 BOJ가 엔화 약세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즉 엔화 약세의 강한 모멘텀 중 하나인 추가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엔화의 약세는 속도 조절 과정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같은 배경 하에서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한 베팅이 과도하게 이뤄졌다는 점 또한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 중 한 가지이다. 엔화의 비상업용 순매도 포지션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대 수준까지 확대된 수준에서 감소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BOJ의 추가적인 정책과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2007년 당시 사상 최고치 수준에 가깝게 확대됐던 매도 포지션은 엔화의 추가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될 경우 단기적으로 빠르게 청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도 5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조정을 받으면서 투기적 매도 포지션이 빠르게 축소됐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엔화에 대한 우려가 경감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견조하게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온전히 인식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대외 경기 회복, 국내 기업들의 수출 증가, 기업이익 증가 그리고 결국 주가의 레벨업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 형성의 단초가 마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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