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펀드, 2013년 성적표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 2014.0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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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


2013년 한국 증시는 2031.10포인트로 시작해 2011.34포인트로 마감했다. 연간 1% 가량 소폭 하락했다. 또한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278포인트로 1980년 이후 가장 작아 연간 지수의 변동성이 극히 낮았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2013년 한국 증시는 박스권이었다.

지루한 증시에 지친 투자자들은 2013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5조원을 환매했고 잔고는 6조원 이상 감소했다. 당연한 결과이다. 1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1.22% 성과를 거뒀고 지수 대비 0.50%포인트 초과 상승하는데 그쳐 은행 예금금리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거래 침체와 함께 펀드시장의 고전 속에서 유일하게 승승장구한 상품이 있다. 2013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롱숏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연초 1000억원 대에서 시작한 롱숏펀드의 잔고는 1조원을 넘겨 시장 규모가 8배 가까이 팽창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랠리 속에서 꿋꿋하게 성장한 롱숏펀드의 성과도 그 명성과 같았을까?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롱숏펀드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주식혼합)'의 성과를 살펴보자. 연말 기준 8500억원 규모인 이 펀드는 2013년+13%의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피 대비 12%포인트 초과한 수익률로 롱숏펀드 열풍이 뛰어난 수익률에 기인했음을 반증한다. 이는 방향성이 모호했던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이다.



해당 펀드의 2013년 성과를 분기별로 나누어 보면 롱숏펀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2분기는 지수가 7%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펀드는 0.7% 상승해 하락장에서의 방어 능력이 검증됐다. 또 1분기와 4분기 지수는 횡보 상태로 상승폭이 1%를 넘지 못했지만 펀드는 매 분기 4~5%씩 상승하면서 성과를 꾸준히 축적했다. 그리고 지수가 7% 이상 큰 폭으로 상승했던 3분기에 펀드는 3% 상승해 시장 상승에 크게 소외되지는 않았다.

이외에 설정고 1000억원 이상인 롱숏펀드 '마이다스거북이90증권(주식)'과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증권(주식-파생)'도 선방하고 있다. '마이다스거북이90증권(주식)'은 지난 10월 초 설정돼 3개월 기준 +2.09% 수익률을 기록, 지수 대비 3.7%포인트 앞서나가고 있다. 설정액도 2000억원을 돌파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증권(주식-파생)도 동일 기간 -0.47%의 성과를 보여 지수보다는 1%포인트 이상 방어했다.

롱숏펀드가 침체된 펀드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으며 후발 주자들의 경쟁도 뜨겁다. 2013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신영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이 롱숏펀드를 선보였고 하이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출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증시가 큰 등락없이 박스권에 머물러있고 투자자를 만족시킬 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롱숏펀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롱숏펀드는 안정적인 투자수익뿐 아니라 절세 효과도 가지고 있다. 롱숏펀드와 비슷한 위험과 수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 ELS, 해외채권형, 혼합형 펀드에 비해 세금이 적다. 펀드의 주된 전략인 국내주식 롱숏전략의 경우 주식 매매차익이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점이 많은 롱숏펀드지만 투자 때 유의할 점은 있다. 먼저 롱숏펀드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시장 등락에 관계없이 꾸준한 성과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 주식형펀드와 비교하면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부진할 수도 있다. 여기에 롱숏전략은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펀드 선택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는 펀드보다는 꾸준히 성과를 축적하는 펀드가 좋다.

2014년 청마의 해가 밝았다. 푸른 갈기를 휘날리는 말이 만리를 내달린다는 사자성어 '청마만리(靑馬萬里)'처럼 올 한해 투자에 거침이 없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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