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시, 빅베스(Big Bath)를 조심하라

머니투데이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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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빅베스(Big Bath)는 목욕을 철저히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흔히 경영진 교체 시기나 정권 교체기에 후임자에 의해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대규모로 반영함으로써 잠재부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을 지칭한다.

한국의 경우 2013년에 신정부가 들어섰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정리 작업이 2013년 중에 상당부분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공기업 CEO의 70%가 교체됐으며 지난해 12월 민간기업 CEO들도 상당부분 교체됐음이 이를 방증한다.



과거 정권교체 1년차였던 2003년 4분기, 2008년 4분기 실적 충격이 예년의 두 배에 달했다는 점에서 2013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될 연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2003년은 카드사태 직후, 2008년은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다만 최근에도 STX 등 크레딧 리스크가 높은 그룹들이 3~4개 이상 워크아웃과 같은 디폴트 위기에 노출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34조원에 육박하는 2013년 4분기 실적은 큰 폭의 이익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험적으로 4분기 실적은 전망치의 평균값과 최소값 사이에서 형성되는 경향이 있으며 지난 2012년 4분기 영업이익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당사는 현재 33조9000억원인 예상실적을 26조원대까지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연초 주식시장의 조정 기간은 4분기 실적 뚜껑을 열어보는 1월 중순부터 2월 초가 될 것으로 판단하며 코스피 1900선 초반에서 적극적인 주식비중 확대를 권유한다. 참고로 Forward PBR 기준으로 코스피 1880포인트는 청산가치라고 불리는 1배 수준이어서 한국이 망하지 않는 한 주식비중 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서두에서 연초 조정의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했던 Big Bath가 길게 보면 좋은 의미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숨겨졌거나 또는 애매한 부실 등을 끌고 가기 보다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경우 지난 몇 년간 반복된 기업이익에 대한 신뢰성이 제고될 가능성이 높다.


회계상으로도 Big Bath의 반대용어가 '분식회계'이며 Big Bath를 통해 2013년 4분기를 포함한 과거의 잔재를 정리할 경우 2014년 기업이익 전망치가 클린해지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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