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몰캡의 외침 '나를 잊지 말아요'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3.12.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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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몰캡의 외침 '나를 잊지 말아요'


"코스닥은 안 본지 6개월쯤 된 것 같다. 이제는 업체 이름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코스닥시장이 부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A증권사 투자전략 팀장은 내놓은 답이다.

올해 코스닥시장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는 '용두사미'가 적격이다. 상반기에는 장중 588.54포인트까지 오르며 600포인트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지난 6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부각되면서 지수는 단숨에 5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에는 초기단계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코넥스시장 개장하면서 코스닥은 더욱 조명을 받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코스닥시장의 부진은 종목수 기준으로 40%를 점하고 있는 IT부품주들의 실적이 기대를 밑돈 탓이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도 불구하고 저가형 스마트폰 판매 확대, 단가 인하 압력 등에 IT부품주들의 실적은 저조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코스닥상장사 12월 결산법인의 영업이익 총액은 4조5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6조6807억원으로 10% 증가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이 5.19%로 0.67%포인트 낮아졌다.

눈에 띄는 테마주도 없었다. 테마주는 비슷한 주제로 주가가 연동되는 종목 그룹을 일컫는다. '안철수 테마주', '박근혜 테마주'처럼 다소 허무맹랑한 정치 테마주도 있지만 대개는 '바이오 테마주', '모바일게임 테마주'와 같이 신사업이 부각되면서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는 테마주가 일반적이다. 올해는 3D 프린터가 테마주를 형성하긴 했지만 아직 상장사 중에서는 관련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없어 증시를 주도하기엔 부족했다.



기존 중심 사업의 침체와 신사업의 부재가 겹치면서 코스닥시장의 당연한 수순으로 부진에 빠졌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창조경제'를 기치로 중소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내걸었지만 증권시장은 온기를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499.99. 올해 코스닥지수의 종가다. 500포인트까지 0.01% 부족한 것이, 상승하고 싶지만 아직은 힘이 부족한 코스닥기업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년 갑오년 새해에는 말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중소기업 살리기'로 코스닥지수가 비상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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