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 신춘문예 대상 수상자
원고를 두 번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개인정보도 없이 보냈고 다시 마지막 장에 전화번호 하나만 적어 보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나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사람의 부끄러움과 부질없는 희망을 잘라내고자 하는 의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박 3년 소설과 짝사랑을 나누다보니 방어기재 같은 것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일은 행복하면서도 얼마쯤은 아프거나 슬픈 일입니다. 제 안에 고여 있던 것들을 풀어내거나 덜어내는 일이면서 본연의 나와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아주 다른 나를 만나고 내가 알고 있던 '사람'과 전혀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놀랍고 철이 드는 일입니다.
지금은 욕망이라고 생각하려합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면서 채워나갈 수 있다는 믿음도 가지려합니다. 난해한 이야기보다는 위로가 되는 글, 무거운 이야기도 눈물과 웃음을 섞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딱 소설 쓰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을 하건, 특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때'라는 게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좋은 나이에 좋은 때를 만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격려해주는 남편과 두 아들, 치열하게 글쓰기를 하는 교실문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거친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선생님, 저의 시작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전하고 성장하는 글쟁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