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검토한 바 없다'던 특별사면 내년 1월 단행키로

뉴스1 제공 2013.12.23 15:45
글자크기

"지지율 하락" 등 감안한 민심 수습책 해석… 신년 기자회견도 준비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설(1월31일) 명절에 즈음해 취임 후 첫 특별사면(특사)을 단행키로 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한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내년 설 명절을 계기로 특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으로서 역대 대통령은 연말·연초나 취임 100일, 광복절, 석가탄신일 또는 성탄절 등의 특정 계기가 있을 때마다 이를 행사해왔다. 특히 대통령 취임 첫해엔 이른바 '국민통합' 차원에서 생계형 민생사범 등에 대한 특사가 관례처럼 이뤄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지난 2003년 4월과 8월 각각 석탄일과 광복절을 계기로 특사를 단행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2008년 6월 취임 100일 기념 특사 및 8월 광복절 특사를 실시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이 같은 특사를 단행하지 않았던 상황.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연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엔 3·1절 특사를,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엔 광복절 특사를 실시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거론되긴 했지만, 그 논의가 대상자 선정 단계 등으로까지 구체화된 적은 없다고 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과정에서부터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정설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올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설 명절을 맞아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을 포함한 임기 중 마지막 특사를 단행했을 땐 대변인을 통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때문에 청와대는 최근까지도 성탄절 또는 연말·연초 특사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들은 바 없다"(이정현 홍보수석비서관)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지난 19일 일부 언론이 '정치권 관계자' 등을 인용해 설 특사 가능성을 보도했을 땐 청와대 내부는 물론, 법무부 등을 통해서도 확인한 사항이라며 "현재로선 사면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부인했었다.

그러던 청와대가 특사를 실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건 최근 당선 1주년(12월19일)을 맞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수준(51.6%) 또는 그 이하로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세밑 민심'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전날엔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 장기화 사태와 관련, 경찰이 파업 주동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정동 소재 경향신문사 건물 내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을 급습하자, 민주노총 측이 이에 반발해 총파업 투쟁에 돌입키로 하는 등 '노·정(勞·政) 갈등'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설 특사 준비를 지시하면서 내년 초 신년 기자회견을 예고한 것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내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정치부장단,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실장단을 각각 청와대로 불러 오·만찬을 한 적은 있지만, 역대 대통령과 달리 당선인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공식 회견을 한 적이 없다.

특히 박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춘추관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여야 정치권에 정부조직법 개정 협조를 촉구하는 '대국민담화' 때와 이달 10일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열린 국내산 수산물 시식회 행사에 참석한 것 등 단 두 차례뿐이었다.

이는 "억울하다"는 청와대 측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 시비가 재연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날 설 특사와 신년 회견 예고는 철도노조 파업과 그에 따른 '민영화' 논란, 노·정 간 갈등 등이 확산되며 연말 정국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와중에 내놓은 "나름의 민심 수습책으로 판단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 그간 청와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민심 수습책을 포함해 내년도 국정운영 등에 관한 정치권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신년 회견 계획 여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으로선 모른다"는 답변을 내놨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회의석상에서 설 특사와 더불어 신년 회견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선 "그만큼 현재의 정국 상황과 국민 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매년 새해가 되면 대통령이 신년구상, 어젠다(의제), 정책방향 등을 국민 앞에 밝혀오곤 했다. 그 형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난 새해에 기자회견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수석비서관들에게 관련 준비를 지시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설 특사 준비를 지시함에 따라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조만간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대상자 선정 등의 작업을 벌일 전망이다.

대통령이 특별사면 등의 조치를 취하려면 '사면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를 상신(上申)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박 대통령이 그 대상을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로 한정함에 따라 현재 수감 중인 일부 대기업 총수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면을 희망하는 정치권 인사 등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치와 눈을 맞추다 - 눈TV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뉴스1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