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 “조선소에서 키워요”

대학경제 고은별 기자 2013.12.16 11:56
글자크기

[워크넷-대학경제 공동기획]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⑬ 김수지·안지혜·이정륜 대우조선해양 사원

(왼쪽부터)김수지·이정륜·안지혜 대우조선해양 신입사원/사진=대우조선해양 홍보팀(왼쪽부터)김수지·이정륜·안지혜 대우조선해양 신입사원/사진=대우조선해양 홍보팀


“어렸을 적부터 조선업에서 일하는 걸 꿈꿔왔어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造船業), 거제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이들 3인방(김수지·안지혜·이정륜 대우조선해양 신입사원)은 자신들의 진로 결정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거제에서 줄곧 자라 조선업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는 김수지씨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을 다니며 꾸준히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특수선 기장설계 중에서도 배관설계다. 김씨는 “현장 사람들이 직접 보는 도면, 예를 들면 서포트 도면이나 설치도를 맡고 있다”며 “종종 오차가 생기기 마련인데 현장에서 잘못된 부분은 다시 개정하기도 한다”고 자신의 업무에 대해 소개했다.



김씨를 비롯한 이들 3인방은 지난해 6월부터 ‘청년취업아카데미’에 참여해 취업의 길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담당 교수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된 청년취업아카데미에서 현업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고 배울 수 있었던 것.

“청년취업아카데미를 통해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부장, 차장 등 실무자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사람을 대하는 방법부터 일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각종 노하우까지 많은 정보를 주셨죠.”



주로 해외 고객을 상대하는 조선소에서 영어를 가장 주안점으로 꼽는 김씨는 입사 후부터 현업과 관련된 자격증 공부를 하며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는 “취업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문대 출신 학생에게 청년취업아카데미는 또 하나의 길”이라며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도 입사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취업아카데미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배관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인 그는 호선을 잘 관리하는 KP(Key Person)가 되는 것이 목표다. 현장 일선에 있는 분들의 고생을 덜어주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반대로 김씨와 동갑내기 친구인 안지혜씨는 LNGC(LNG Carrier)의 탱크 공정 과정에서 단열박스 생산공정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당찬 사원이다.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조선소를 꿈에 담았던 안씨는 2학년 때 호주 유람선사 전문업체인 캡틴쿡크루즈(Captain Cook Cruise)에서 3개월간 인턴생활을 했다. 그는 “조선소보다 배는 작지만 인턴십 기간 동안 외국인과 직접 부딪쳐 보고 배를 수리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업에 대해서는 “관리하는 사람마다 색깔이 달라 통제하는 것이 힘들다”며 “생산 관리에도 기법이 매우 다양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거 같기도 하지만, 여러 부분을 조율하며 맞춰가려고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인적자원 관리하는 건 배워본 적이 없죠. 청년취업아카데미를 통해 각 분야 실무자 분들이 직접 교육을 해 주시고 한 점이 제게 동기부여가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청년취업아카데미는 제게 산타클로스 같아요. 대학에서 이런 쪽 일을 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진짜로 하게 됐잖아요? 제게 선물을 준 거죠.(웃음)”

안씨는 취업에 있어 관련 업종의 자격증을 다수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장에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자격증이 없으면 남을 시켜야 할 때가 많다. 공인 자격증은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현재 안씨의 목표는 LNGC와 관련된 기술을 더 많이 배우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다소 낯선 지게차 운전기능사를 준비 중인 그는 “모르는 것을 알아나가는 재미가 크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 둘에게 든든한 오빠 역할을 하는 이정륜 사원. 그는 대우조선해양에 재직 중인 부모님을 보고 이 분야에 대한 발전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안씨와 함께 3개월간 해외에서 인턴생활을 한 후 청년취업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된 그는 “실무자들이 직접 전반적인 회사생활에 대해 알려준 점이 가장 도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선박이 만들어 지고 나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요. 선주·오너들과 함께 해상 시운전을 하고 있죠. 1개의 선주사 빼고는 다 외국인인데 그들을 직접 대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종종 있어요. 처음 입사해서는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오히려 끊임없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상 시운전은 조선소가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선박을 해상에서 실제로 운전해 계획한 성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씨에 따르면 시운전 장비에 문제가 발생할 시 규칙이나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는 “선박 내에 장비가 너무 많고 여러 대의 장비가 융합되는 과정, 또 그 장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중학교 시절 수영 선수로도 두각을 보였던 그는 몇 번의 슬럼프를 겪었던 경험으로 내성이 생겼다며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씨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있어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싶다”며 “이러한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선박에 관한 전문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외적인 목표로 학사, 그 이상까지도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꿈을 잡아 놓고 뭐든 해보려고 하는데 청년취업아카데미는 내게 좋은 기회였다”며 “‘용의 머리보다 뱀의 꼬리가 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처럼 전문대 출신이라는 취약점을 뛰어 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크고 아름다운 섬 ‘거제’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기대해 본다.

◆김수지씨는

학력=거제대 기계공학과 졸업
학점=4.0점
어학점수=토익 725점, 토스 6급
자격증=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CNC선반기능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ITQ 워드·엑셀·파워포인트
인턴경험=없음

◆안지혜씨는

학력=거제대 기계공학과 졸업
학점=4.1점
어학점수=토익 805점, 토스 6급
자격증=오토캐드 2급
인턴경험=호주 캡틴쿡크루즈 3개월

◆이정륜씨는

학력=거제대 기계공학과 졸업
학점=4.2
어학점수=토익 900점, 토스 6급
자격증=자동차정비기능사, 자동차검사기능사
인턴경험=호주 캡틴쿡크루즈 3개월

◆청년취업아카데미=기업 또는 사업주단체가 직접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직업능력 및 인력 등을 반영하고 청년 미취업자에게 대학과 일반고교 등과 협력해 연수과정 또는 창조적 역량 인재과정(창작과정)을 실시한 후 취업 또는 창직·창업활동과 연계되는 사업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