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준 하즈스튜디오 개발자
3명이 앉을 수 있는 사무실 책상 중 2곳에 컴퓨터가 놓여있다. 대형 모니터가 2개씩. 개발자 2명이 마주보고 앉아있지만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는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복도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태운다. 게임 개발을 시작한 지 어언 1년. 70%가량 개발을 마쳤는데 완성 날짜도 어떻게 출시할지도 아직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
프리랜서 개발자이자 현재 하즈 스튜디오에서 권용준 개발자와 함께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이창훈 개발자. 그는 '히어로즈앤좀비'라는 게임으로 지난해 4월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으뜸앱을 수상했다. 유명 게임 개발사에서 디자인을 맡아오다가 홀로 개발한 게임이 바로 히어로즈앤좀비였다.
이창훈 프리랜서 개발자
이 개발자가 요새 하고 있는 일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듬고 게임 밸런스를 맞춰가는 작업이다. 디자인 초안으로 개발이 완성된 부분에 더 정교한 그래픽을 입히는 것이다. 각 메뉴별 구성은 어떻게 할지, 카드의 디테일을 어떻게 살릴 지 등 최종 단계의 그래픽을 구현해내기 위해 하루가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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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개발자가 하고 있는 일은 이용자의 손맛을 더하고 게임 밸런스를 맞춰가는 작업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연결한 뒤 프로그래밍 언어로 수치를 하나씩 바꿔가면서 직접 게임을 시험해보는 일이 반복됐다.
오후 12시까지 아무런 대화 없이 각자의 모니터를 응시하던 두 개발자는 이윽고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일어났다. 센터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올라와 다시금 개발을 시작했다.
오후 1시 40분. 처음으로 사무실 내에서 긴 대화를 주고받았다. 게임을 시험해보던 권 개발자가 캐릭터의 적 인지 거리가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 캐릭터 스킬로 들어가 있는 기술을 소모성 아이템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제안도 했다. 두 개발자는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한참을 의견을 교환하더니 다시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또 다시 흐르는 침묵. 오후 6시30분이 될 때까지 화장실, 흡연 등을 위해 2~3차례 자리를 떠난 것 외에는 컴퓨터와 개발자의 싸움이 계속됐다. 오후 6시가 되자 권 개발자가 화이트보드에 써있는 메모 2개를 지운다. 당장 작업해야 될 일 14개를 지난주 써놓았는데 이제 4개만 남았다. 두 개발자는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쏜 화살처럼 흘러간다. 이 개발자는 "너무 빨리 시간이 흘러가 걱정될 지경이다"고까지 했다. 이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1주일 중 보통 6일 이상을 일한다. 내가 만든 게임을 완성시켰을 때의 그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두 개발자와 함께한 지난 11일, 서울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개발 센터는 흰 눈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지만 그들이 일하는 사무실의 불빛은 도통 꺼질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