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취득세로 본 '파워시프트'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3.12.12 06:00
글자크기
[우리가보는세상] 취득세로 본 '파워시프트'


부동산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8월28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지 105일만이다. 취득세 인하 방향에 대해서는 여야간 이견이 없었지만 지방세수 확충 방안에 대해 의견이 갈리면서 진통을 겪었다.

정부와 여당은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연간 2조4000억원 추산) 보전을 위해 현재 5%인 지방소비세율을 내년도에 8%로, 2015년 11%로 단계적으로 6%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은 1조2000억원의 예비비를 추가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보다 확실하게 지방소비세율을 내년에 11%로 일괄 인상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민주당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위기의 지방 재정 민주당이 지켜냈습니다'는 자료를 내고, 승리를 자축했다.



취득세 문제가 민주당안으로 결론이 난 데는 야당이 논리에서 앞섰다고 볼 수 있겠지만, 기저에는 여야간 역학구도 변화도 작용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여당 혼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환경에서는 야당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여당과 정부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법안들의 경우 야당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주요 법안들에 대해 '빅딜설'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원하는 다른 것을 줘야한다는 얘기다.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기업도 야당쪽에 공을 더 들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본적으로 여당은 우호적이라고 보고 나머지 '열쇠'를 쥔 야당의 마음을 얻으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여당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여야간 힘의 균형 변화는 국회로의 '파워시프트'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도 초래했다. 국회에서 다수 여당의 독주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청와대의 힘이 쎌 수 밖에 없다. 국회 논의와는 별개로 여당에 대한 영향력만으로 국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나 정부가 국회의 결정을 노심초사 지켜봐야할 일이 많다. 국정원 개혁 특위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정원에 대한 개혁까지 국회 처분에 따라야 하는 처지다.

걱정은 이런 변화에 우리 정치권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지금도 독주하는 듯한 모습이고, 여당은 여전히 청와대에 종속된 느낌이다. 야당은 걸핏하면 의사 일정을 거부하고 '막말'을 쏟아내 국정 동반자로서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국회에 대한 설득작업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대선이 끝난지 1년이 다 돼 가도록 대선 이슈로 정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런 환경변화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청와대와 정부, 여야 정치권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 달라져야 한다. 계속해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