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범위 "매출액으로만 졸업 여부 판단"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김하늬 기자 2013.12.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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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증후군 해소 방안..상당수 중소기업 성장 기피" 우려도

정부가 11일 내놓은 '중소기업 범위제도 개편방안'은 업종별 매출 규모에 따라 3년 평균 매출액 기준을 400억원에서 1500억원까지 5개 그룹으로 세분화했다. 매출액으로만 중소기업 졸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해소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범위 개편으로 업종별로 희비가 갈리면서 중소기업의 성장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편 방안 무얼 담았나=개편안은 현재 근로자와 자본금, 매출액 등으로 복잡하게 산재해 있는 중소기업 범위를 매출액으로 단순화했다. 매출액 기준은 다시 업종별로 1500억원과 1000억원, 800억원, 600억원, 400억원 등 5개 그룹으로 나눴다.
▲중소기업 범위제도 개편 방안▲중소기업 범위제도 개편 방안


현행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은 업종별로 근로자와 자본금(또는 매출액) 등 2개 기준 중 한 가지를 충족한 업체의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 원 미만(매출 상한선)이면 중소기업으로 인정한다. 한정화 청장은 이번 범위개편에 대해 "현재 근로자와 자본금, 매출액 중 하나면 충족하면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택일주의를 폐지한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개편안에는 3년간 중소기업 졸업을 유예하는 방안도 담겼다. 예를 들어 2012~2014년 평균 매출액이 중소기업 범위를 넘길 경우 2015년부터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되는데 3년간의 유예기간을 받아 2018년부터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된다.

다만 중기청은 중소기업 졸업 유예는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유예 제도를 활용해 반복적으로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피터팬 증후군' 해소..성장 기피우려 여전=대대적인 범위 기준 개편은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 축소를 우려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동안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이 정부의 지원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직원을 줄이거나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바꾸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로자와 자본금, 매출액 등 복잡한 범위 기준을 매출액으로 단순화하면 이 같은 부작용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 청장은 "개편 방안이 시행되면 중소기업 지위와 무관하게 근로자나 자본금을 확대할 수 있어 고용과 투자 촉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장을 꺼리는 일부 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이 성장을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전자·컴퓨터·영상·통신이나 기계·장비, 기타제품 제조 등 제조업은 매출 확대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범위 개편으로 매출액 기준이 현행 1500억원 이하보다 낮아져 중소기업을 졸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코스닥 상장 전자업체 대표는 "매출액이 지난해 900억원에서 올해 1100억원으로 22% 가량 능가할 전망이어서 중소기업 졸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각종 세제 혜택이 사라지고 정부의 개발사업 수주가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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