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상화…더이상 '신의 직장'은 없다?](https://thumb.mt.co.kr/06/2013/12/2013121110401269649_1.jpg/dims/optimize/)
그로부터 5개월 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다시 발표했다. 정상화는 비정상을 전제로 한다. 과다한 빚과 방만경영이 비정상의 두축이다.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다. 295개 공공기관의 빚 493조원, 주요 12개 기관의 빚 412조원, 고액 성과급과 과도한 복리후생…. 여러차례 지적됐던 내용들이다.
현 정부도 약간의 '실기'를 했다.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합리화의 한 과정으로 정상화를 이해해달라"며 "전반적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여론의 질타와 비판이 공기업 개혁의 명분이 됐다는 얘기다. 현 부총리가 '파티는 끝났가"고 선언한 시점이다.
빚을 갚기 위해 알짜 자산도 팔아야 한다. '자산 평가액이 낮아져서…' 등의 핑계도 못 댄다. 자산 매각 손실에 따한 경영평가와 감사의 불이익을 면제해주기로 한 때문이다. 방만경영의 경우 '압박 전술'을 택했다.
복리후생 관련 △고용세습 △휴직급여 △퇴직금 △교육비 △의료비 △경조금 지원 △복무행태 △경영·인사권 침해 등 8대 항목을 만들어 공시한다. 마사회, 인천공항 등 20개 기관은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 관리한다. 정보를 공개하건, 계획을 세우건 결국 총대는 기관장이 멘다. 부채 감축 계획, 기관별 정상화 계획 등을 내년 1월말까지 낸 뒤 내년 3분기 중간 평가를 한다. 미흡하면 해임이다. 보수·복리 후생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 최하등급을 받는다. 이 역시 해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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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노조에 줬던 당근을 다시 빼앗아 와야 한다. 노조 반발도 기관장이 돌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파업 등도 감내한다. 과거 파업 등이 생기면 경영평가때 불이익을 받아 노조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상화 과정에서 문제삼지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기관장 입장에선 보수도 깎이면서 어렵고 시끄러운 일을 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자리에 수십명씩 몰리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성배가 아닌 독배를 드는 자리, 가시방석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관장 뿐 아니라 공기업 전체에 해당된다.
방만 경영 해소는 공기업 처우 하향이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우가 높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목표점은 '신의 직장'을 없애는 거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기업이 수익성, 효율성을 위해 우수인력을 영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부채 관리 등 최소한의 것만 요구된다"며 "우수인재가 구태여 공기업에 몰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결기와 의지는 읽힌다. 현 부총리는 "파부침선(破釜沈船)"이라고 표현했다. 솥을 깨어 버리고 배를 가라 앉힌다는 뜻으로 배수진을 쳤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차례 강조하며 힘을 실어준 사안이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엔 물음표가 붙는다. '낙하산' 등 조직 운영의 기본인 인사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느냐다.
정책적 부작용 등 우려 지점도 적잖다. 우선 공공기관의 공적 역할 '포기' 가능성이다. 필수 공공사업마저 우선순위에서 부채 관리에 밀리다보면 사회 전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경기 보완 기능 축소도 문제다. 정부가 올 하반기 재정 보완 대책으로 추진한 공기업 투자 확대, 공기업 투자 집행률 제고 등의 규모만 2조원이다. 경기 회복 흐름 속 공공기관의 긴축은 경기에 부작용을 줄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도 "공기업의 부채관리가 경기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