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고 펀드로 갈아탔더니...“울고 싶어라”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12.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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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43>‘뜨거운 손(hot hands)’ 오류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개미투자자 K씨는 매달 일정액을 주식펀드에 불입하는 간접투자자이다. 그는 올해 초 작년 최고의 수익률을 거둔 주식펀드로 갈아탔다. “지난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그 펀드매니저는 올해도 틀림없이 뛰어난 성적을 낼 거야”라며 마음속에 한껏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러나 최근 자신이 투자한 주식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한 K씨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멘붕'에 빠졌다. 지난해 최고의 수익률을 냈던 펀드가 올해는 형편없는 성적을 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K씨는 자신이 갈아탄 주식펀드에 속았다는 생각에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K씨처럼 “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낸 펀드매니저가 내년에도 계속해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것”을 심리학에선 ‘뜨거운 손(hot hands)’ 효과라 부른다. 예를 들면, 농구 경기에서 슛을 한두 번 연달아 성공시킨 선수에게 동료들의 패스가 집중된다거나, 도박에서 주사위를 던져 한두 번 연속해서 이긴 도박사에게 베팅이 몰리는 현상이 바로 ‘뜨거운 손’ 효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증시에서 ‘뜨거운 손’ 효과가 통할까? 개미투자자 K씨는 바로 ‘뜨거운 손’이 증시에도 존재한다고 믿었기에 지난해 최고의 수익률을 낸 펀드로 갈아탔던 것이다.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인 뱅가드(Vanguard) 펀드의 창업자인 존 보글(John Bogle)은 수익률 상위 주식펀드의 성적을 연도별로 추적해서 증시에서 소위 ‘뜨거운 손’ 효과가 존재하는지를 연구(2001)했다. 먼저 1972년~1982년(선발기간) 사이의 수익률 상위 20개 주식펀드를 고르고 이들의 수익률이 1982년~1992년(비교기간) 사이에 어떻게 변동했는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선발기간동안 상위에 올랐던 20개 주식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이후 비교기간에 전체 펀드 가운데 중간순위로 떨어졌다. 전체 펀드수를 100로 보고 수익률 순위별로 한줄로 세우면 고작 54등에 그친 것이다.(실제로 전체 펀드수는 309개였다.)

그리고 이들 20개 주식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시장전체(S&P500)에 1.8%나 미달했다.


더 중요한 건, 이들 20개 주식펀드의 비교기간 동안의 수익률 편차가 극과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전체 주식펀드 309개 가운데 최고 2등에서 최저 245등까지 편차가 너무 심했다. 만약 운이 좋아 2등의 성적을 거둔 주식펀드를 골랐다면 이득을 얻었겠지만, 반대로 거의 꼴찌 수준인 245등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주식펀드를 골랐다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보글은 또 조사기간을 달리해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1982년~1992년(선발기간)과 1992년~2001년(비교기간)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선발기간 수익률 상위 20개 주식펀드는 이후 비교기간 동안 평균수익률이 58등으로 떨어졌고, 시장전체(S&P500) 수익률에 1.5% 미달했으며, 조사기간 전체 펀드수 841개 가운데 수익률 편차가 14등부터 823등까지로 더 형편없었다.

한편, 일단의 심리학자들은 농구 경기에서도 ‘뜨거운 손’은 임의일 뿐(random)이고 예측불가능한(unpredictable) 것이라며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The Hot-Hand in Basketball, Cognitive Psychology, 1985).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브래드포드 코넬(Bradford Cornell) 교수는 그의 한 연구(2009)에서 특정한 연도의 좋은 성적을 낸 펀드매니저가 그 다음해 연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성적 좋은 펀드매니저가 정말 실력(skill)이 있는건지 아니면 단지 운(luck)이 좋은 건지 분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올해 좋은 실력(skill)을 뽐낸 펀드매니저가 내년에도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지만, 좋은 성적을 낸 것이 펀드매니저의 실력인지 운(luck)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올해 운이 좋았다고 해서 내년에도 또 운이 좋을 것이라 믿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이상의 재무학 연구들은 증시에서 소위 ‘뜨거운 손’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개미투자자 K씨처럼 ‘뜨거운 손’ 효과를 기대하고 펀드를 골랐다면, K씨는 ‘뜨거운 손 오류(hot hands bias)'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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