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내년=위기'… 인사·조직개편 뜯어보니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3.12.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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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인사=성과주의, 조직개편=책임경영 강화"

LG그룹 '내년=위기'… 인사·조직개편 뜯어보니


LG (79,600원 ▲600 +0.76%)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2014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끝냈다. 특히 올해 인사와 조직개편에서는 평소 구본무 회장이 강조해 온 '시장선도'를 실현하기 위해 '성과주의'와 '책임경영체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는 부회장 1명과 사장 6명 등 총 125명에 대한 승진 인사가 이뤄져 다소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보다 승진자가 9명 늘었다.



◇ 성과주의로 시장선도 동기부여
성과주의 인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박진수 LG화학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지난해말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다소 파격적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 관계자는 "석유화학과 정보전자소재, 전지 등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도한 것이 반영된 때문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연구개발(R&D) 부문을 이끌며 전기차 배터리, 메탈로센 촉매 기술, 3D FPR(편광패턴필름 방식) 개발 등 석유화학에서 전지에 이르기까지 R&D 기반의 사업성과를 주도한 유진녕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 역시 G시리즈 등 스마트폰 제품 개발력을 높여 사업의 근본 체질을 강화한 MC사업본부장 박종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이유도 실적에 따른 평가 덕분이다. LG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3위에 올라섰으며 지난 3분기에는 전년 대비 71%가 증가한 12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글로벌 5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성장율 1위를 기록했다.

이웅범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카메라 모듈, 터치윈도우 등 고부가가치 부품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향후 시장선도의 기반을 다진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 내년=위기상황, 책임경영으로 돌파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LG그룹이 내년을 위기상황으로 상정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데다 유럽은 물론 신흥국도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

LG그룹은 이를 돌파할 카드로 '책임경영체제'를 선택했다. 부사장급이던 주요 보직을 사장급으로 격상시켜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실적에 따른 책임도 묻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먼저 LG전자는 시장선도 관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HE사업본부장을 교체, 신임 HE사업본부장에 LG디스플레이에서 전략 및 핵심사업부를 두루 거쳤고, ㈜LG 시너지팀장으로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담당한 하현회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해 선임했다.

또 이희범 LG상사 부회장 영입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회장은 산업자원부 장관, 한국무역협회 회장, STX에너지-중공업 회장 등을 두루 거치고 해외사업에 대한 경륜과 자원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 LG상사가 자원 분야 시장선도 기업 위상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영입됐다.

아울러 LG전자는 HE사업본부장 이외 기존 4개 사업본부장이 유임돼 위기 상황에서 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영업·R&D 출신 약진
올해 LG그룹 인사에서는 영업·마케팅 인력과 R&D 인력이 대거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영업과 마케팅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고 시장선도를 위해서는 R&D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영업·마케팅 분야 승진 임원은 총 23명으로 지난해보다 4명 증가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캐나다, 호주법인장 등 풍부한 해외사업 경험과 가정용 에어컨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둔 조주완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미국 법인장을 맡겼다. 특히 올해 승진자(44명)의 30%에 달하는 13명이 해외법인장과 영업·마케팅 분야 출신이었다.

또 LG전자는 각 제품·사업별로 운영하던 해외 영업조직을 통합해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글로벌마케팅부문을 글로벌판매마케팅부문으로 개편해 해외 영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R&D 출신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1명 늘어난 총 31명이 배출됐다. R&D 분야에서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인 유진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개발 담당인 오창호 상무와 LG화학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인 김수령 상무 등 R&D 담당 상무 7명을 대거 전무로 승진시켰다.

또 OLED 공정개발 등의 성과를 이끌어낸 LG디스플레이 OLED패널 그룹장인 차수열 전무와 미래 자동차전지 시장 세계 1등 지위를 확고히 해온 LG화학 자동차전지사업부장 김종현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 역량을 강화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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