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살아야 한다, 목이 메더라도…,

머니투데이 오인태 시인 2013.11.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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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홍합탕과 굴김치 그리고 '예쁜 손'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살아야 한다, 목이 메더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본 적이 있으세요? 서너 해 전에 인천 을왕리에서 일박 모임하고 차이나타운에서 점심 먹고 느지막이 헤어질 무렵엔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요. 평소에 한 시간쯤 걸린다는 수원을 대여섯 시간이나 운전해오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 지경이구나, 싶었지요.

나중엔 차선도 없어지고 앞차의 불빛도 안 보이고, 엔진브레이크를 걸어놓은 상태에서 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번갈아 밟다보니 발목에 감각조차 없어지는데, 정말이지 차를 멈추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걸 포기하고 싶더라고요. 그랬으면?



결국 진주가 목적지였지만, 겨우 수원으로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진주로 돌아왔던 건데요. 그래서 요즘은 눈이 조금만 와도 아예 운전할 생각을 않지요.

남해도 아침나절부터 캄캄했지만 눈발 하나 날리지 않았는데요. 북쪽엔 눈이 많이 왔다면서요? 눈 오는 북쪽하늘에 눈길만 줘도 ‘종북’ 되겠네요? 오늘 점심시간 회색인들의 밥상머리에서도 ‘종북’이 화제가 되어서 말입니다.



남과 북의 경계, 동과 서의 경계, 보수와 진보의 경계, 민주와 독재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오늘은 이승의 아들이 저승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도 한데요. 김장김치에 굴 버무려 이른 저녁밥 한 숟갈 뜨고 일어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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