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민주당, 여당 미워도 준예산 막아야

머니투데이 박영암 정치부장 2013.11.29 06:00
글자크기
[광화문]민주당, 여당 미워도 준예산 막아야


지금부터 4년 전인 2009년 12월24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을 지시했다. 야당의 반대로 연내 예산안 통과가 불확실해지자 헌법54조에 근거해서 정부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편성을 준비토록 한 것. 이후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하면서 대통령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국회는 4년 전 그대로다. 헌법에서 규정한 기일 내 처리는 불가능해졌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연내 처리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준예산 편성은 불가피하다.



 준예산이 한 번도 편성되지 않아 정치권은 물론 국민 대다수는 그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준예산이 편성되면 일자리와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양육수당, 실업교육, 복지 등 140조원가량의 예산집행이 중단된다. 이로 인해 사회취약계층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우 새싹을 틔운 경기회복도 재정지출 중단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파국을 막을 키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새누리당은 야권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 정부돚여당의 각종 경제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그런 만큼 준예산 편성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통 큰 양보가 절실하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이 준예산 파국을 막는 결단에 나서도록 상응하는 자기희생적인 모습이 요구된다.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양보압력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원장 사퇴 등 정치개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양보는 당내외 강경파의 반발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현 시점에서 바라봐야 할 대상은 이들 소수 강경세력이 아니다. 민주당이 건전한 대안세력으로 실력을 키워나가길 바라는 대다수 국민이다. 이들은 민주당이 정치와 예산안을 연계해 준예산 편성이라는 파국을 결코 원치 않는다.

 이같은 정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민생과 정쟁분리를 주장하는 `안철수 신당돴에 비해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6일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7.3%로 민주당(12.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민주당이 이 같은 상황에서 예산안 연내 통과와 경제살리기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선다면 여론은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정치개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 내내 갈등과 대립만 해온 우리와 달리 달리 독일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지세력과 정치이념이 상이한 사회민주당은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과 대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사민당의 결정은 독일 학습 열풍이 불고 있는 여의도에 다양한 논의를 불러올 것이다. 반대당의 정책과 노선까지 받아들이는 포용과 통섭의 정치에 대한 공감대가 여의도에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또한 공공기관 계약직 직원들의 내년 1월 급여 미수령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예산안 연내 처리에 동의 못할 이유는 없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