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게임·주식에 미쳤던 그, 이제 '재능나눔' 매력에 미쳤다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13.11.2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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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나눔 사이트 '오투잡' 최병욱 대표…오픈 10개월 만에 월 매출 7천만원 달성

최병욱 오투잡 대표최병욱 오투잡 대표


재능나눔 웹사이트 '오투잡'에서는 희한한 것들을 판다. 빼빼로데이를 위한 수제 빼빼로에서부터 번역, 디자인, 문서작업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줄 친구가 많은 것도 '재능'으로 거래된다.

오투잡 대표는 학생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최병욱 대표(28)가 주인공. 최 대표는 오투잡을 "서비스나 재능을 거래하는 오픈마켓'이라고 정의한다.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재능에 가격을 매기고 웹이라는 공간에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일반적인 오픈마켓의 경우 물건을 배송하면 그만이지만, 재능나눔은 판매자나 구매자 중 어느 하나라도 마음이 변하면 쉽게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즉 오투잡은 재능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신뢰성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재능을 정말 사는 사람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법도 하지만 사이트가 문을 연 지 10개월만에 일일 평균 방문자 8000여명에 10월 기준 월거래액이 7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그는 오투잡을 만든 이유에 대해 "필요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든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 150개 대학이 이용하는 유명 전공서적 거래사이트 '북장터'도 그의 작품이다.

"지금 학교에 편입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전공책이 한 권에 3만~4만원씩 하는 거예요. 20살, 21살 학생들이 돈이 어디 있어요, 부모님께 돈 달라하기는 부담스럽고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 집에는 이 책들이 쳐박혀 있을텐데, 이걸 사고팔 수 있는 '장'이 필요했던 거죠, 그런데 아무도 안 만들었으니까 그냥 제가 만들게 됐어요."

편입 전 최 대표의 전공은 작곡.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던 차에 고3 시절 잠깐 '미쳐서' 7개월동안 준비해 예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곧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적응을 못해 한 동안은 매일 게임에만 미쳐 살기도 했다.


이 당시 최 대표는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뻔한 경험도 있다. 소셜커머스 창업 붐이 일었던 때라 최 대표도 그 열기에 동참했던 것. 시작은 남들보다 빨랐지만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준비 기간이 길었다. 티켓몬스터와 한 달 차이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미 경쟁업체가 400곳이 넘어가는 상황. 영업력 없이는 버티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의 아픔을 겪은 뒤 최 대표는 졸업 한 학기를 남겨 놓고 학교를 자퇴했다.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가 다시 '미쳤던' 건 주식투자다. 책 읽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그 때만큼은 주식과 경제에 관련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붙었고, 경영학과에 진학해 증권사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 역시 편입하고 한 학기를 다닌 뒤 '북장터'를 만들면서 깨끗이 사라졌다. 결국 처음 빠졌던 창업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던 셈이다.

"창업의 매력이요? 벤처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같은 생각을 할 텐데요. 내가 만든 서비스를 누군가가 이용하고, 그게 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예를 들어 북장터에서 중고책을 사면 서점을 가는 대신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거잖아요. 그게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지 누가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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