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휴대폰 대리점이 '동네에서 제일 싼집'이라는 광고글을 유리문에 붙여뒀다. /사진=류승희 기자
하지만 10개월 뒤 남아있는 휴대폰 할부금을 확인한 서씨는 깜짝 놀랐다. 남은 할부금이 78만원으로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자신이 구매한 가격은 72만원이 아닌 정가인 108만원이었다. '실구매가'는 요금 할인분을 뺀 것일 뿐 실제 할부원금은 그대로 108만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할부기간도 24개월이 아닌 36개월로 돼 있었다. 월별 할부금액을 적게 보이도록 하려고 판매업자가 꼼수를 썼던 것이다.
스마트폰 구매 과정에서 이 같은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호갱님'(호구+고객님) 사례들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계약서에 문제가 없으면 할부금 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악의적으로 소비자를 유린하는 대리점에 대해 규제할 권한도 거의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의 본업은 유통이 아니라 통신서비스"라며 "대리점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의적으로 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그것까지 규제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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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방송통신위원회 쪽으로 민원을 제기해도 해당 이통사로 다시 사건이 내려간다. 정부는 이통사에 이에 대해 명령할 권한이 없으며 단지 조사를 권할 뿐이어서 결과가 달라지기는 사실상 어렵다.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도 "구입 후 30일이 지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법적 조치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와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 모두 "증거가 없으면 오히려 무고로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일한 방법은 같은 사례의 피해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증거가 없어도 피해자가 여러명 있으면 정황이 증거로 인정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모으기 위해 휴대폰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 대개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된다.
한 휴대폰 전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입신청서. 휴대폰 구입 후 온라인 신청서에 적은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하다. /사진=휴대폰 전문 인터넷 커뮤니티
문제는 대개 인터넷으로 휴대폰을 구매하는 경우 소비자가 계약서를 내려받은 뒤 자신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자필 서명 등을 적어넣은 후 팩스로 보내거나 온라인 가입신청서를 보내면 업체 측에서 할부원금을 써넣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이 경우 업체에서 휴대폰만 보내고 계약서를 보내오지 않으면 반드시 보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인터넷 구매가 아닌 경우에도 대리점에서 미리 서류를 꾸며놓고 보조금이 풀리면 대리점에서 금액을 적어 가입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최종 계약서 확인이 필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알지 못해 결국 14일 이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다수다. SK텔레콤 공식직영점 관계자는 "판매점 등에서 소비자에게는 할부를 24개월로 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30개월이나 36개월로 계약서에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알아차리는 소비자는 10명에 1~2명뿐"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5년 동안 휴대폰을 판매한 최모 씨는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잘 모르고 사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기기에 문제가 있어도 교환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는 만큼 인터넷 구매시에는 반드시 사전에 충분히 알아보고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