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봉선화 /사진=서울시극단 제공
두 소녀는 그렇게 강제로 일본군의 '위안부'가 되었다. 그들은 원래 소녀였으나 일본군은 '조센삐(조선창녀)'라 불렀다. 일본군의 만행과 전쟁의 모진 고초 속에 옥분이는 죽었다. 그 옥분이를 기억하는 순이는 기어코 살아남았다. 아들도 낳았다. 그 아들은 다시 딸을 낳았다.
이 연극은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던 아픈 역사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오래 전 할배 할매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할매가 겪었던 무지막지한 고통이 무대 위에 펼쳐지면서 보는 이도 함께 아프게 된다. 무거운 감동이 남기에 커튼콜에 도저히 박수를 칠 수가 없다. 열연한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일본의 극우 아베 정권은 지금도 반성하지 않고 망언을 쏟아낸다. 우리 소녀들을 전장으로 내몬 인사들과 그 후손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 상류층으로 떵떵거리고, 국사편찬위원장과 일부 교과서가 일제 병탄기를 미화하는 판국이다. 이러니 그들이 우리나라를 우습게 볼 수밖에. 일제 옹호 인사들을 이 연극의 객석에 앉혀 놓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니다. 누굴 탓하겠나. 우리 대부분이 강제 위안부를 역사 속의 사건 정도로만 여긴 채 잊고 살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지내다간 훗날 또 언제 우리 딸들이 모진 능욕을 당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섬뜩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예술감독 김혜련. 연출 구태환. 출연 이창직 강신구 김신기 최나라 이재희 나자명 정연심 등. 다음달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3만원. (02)399-1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