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국내기업 실적

머니투데이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11.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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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미국과 유럽 증시가 날개를 단 듯 연이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증시는 상대적으로 주춤하다.

미국은 차기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이하 연준) 의장 지명자인 옐렌이 양적 완화규모 축소를 섣불리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유럽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경기부양 의지를 확인했다. 이 모두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자산을 향하는 유동성이 확대되면 됐지 감소할 개연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리게 하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시장의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었다. 미국 증시의 강세는 유동성과 경제지표 개선이 맞물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 우리 증시를 비롯한 이머징 증시도 방향이 다르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지금과 같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한번쯤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두 가지는 국내증시의 주도권은 외국인이 쥐고 있다는 점과 3분기 기업의 이익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제상황도 분명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다. 기업의 이익도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다. 주식시장을 아우르는 가장 큰 틀이 개선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연말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실적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유동성 장세는 기대를 가지고 움직인다. 위험이 낮고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기회나 기대만 있으면 손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장세는 예상하기도 어렵고 그 위력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유동성이라는 것도 순간 냉정을 되찾게 되는 시점이 있는데 이 시점이 바로 실적시즌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자금의 근원지가 국내 자금이 아니라 해외 자금이기 때문에 실적을 대하는 태도가 더 냉정해 미국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온도차를 키우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실적을 놓고 돈이 많다는 이유로 외국인이 계속해서 우리 주식을 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에 대해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보면 2배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분명 좋아졌다. 지수의 레벨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코스피 2000포인트가 높아 보이지 않고, 1900포인트 수준이면 낮아 보이는 것도 기업들이 돈벌이 수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좋은 주식들을 사줄 만한 국내 자금의 여력이 아쉬운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 가서 주식을 사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배당을 많이 주든지, 기업이 돈을 잘 벌든지, 아니면 분명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이면 된다.


당장을 놓고 보면 배당은 거리가 멀다. 세계 주요 증시 중 배당수익률은 거의 하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 투자자들마다 방점을 찍고 있는 경쟁력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달라 응집력이 떨어져 '경쟁력'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식시장이 오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투자자들의 관점에서는 돈을 잘 버는 기업에 대한 관심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성장성이 유망해도 분기마다 발표하는 실적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마음이 떠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최근 2주간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빚어진 결과로 보는 현실감이 필요한 시점일 아닐까 싶다.

3분기 실적은 확실히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올해를 작년과 비교해도 그렇다. 올해 시작할 때만 해도 2013년 기업이익은 2012년에 비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했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3분기까지의 실적을 보면 최소한 올해 3개 분기(1~3분기)실적은 지난해만 못하다. 삼성전자가 연거푸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다른 기업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한 결과다. 이쯤 되면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연말로 다가서는 시점에서 무리하게 투자에 나설 이유도 크지 않다. 내년을 도모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좋은 주식들을 사들이는 모습도 나타나겠지만 실망스러운 실적에 먼저 반응을 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에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

외국인의 매도가 미국을 축으로 하는 선진국과의 궤적을 다르게 했지만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잦아들면 다시 국내 시장은 선진국 증시와 궤적을 같이 하려는 노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2014년 기업이익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보인다.

올해 1~2분기에 실적이 너무나 부진했던 산업재와 소재업종의 실적은 분명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기저효과라고 폄훼할지라도 내년 1~2분기 실적이 좋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차익실현으로 가격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 열위에 처한 이유를 알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아픈 곳이라도 다시 한 번 훑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융위기 전에 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저력이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안정적인 펀더멘털을 유지해온 몇 안 되는 나라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를 외면하고 떠날 개연성은 낮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주도권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넘어간 이상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기업실적을 보면서 차익실현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다.

어쩌면 이렇게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하면서 조정을 매수 기회로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한 나라의 주식시장을 재평가하는 것은 외국인 자금이 아니라 국내 자금이라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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