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디자인에 묻어난 삶의 향기를 발견하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11.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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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오래된 디자인'···· 디자이너, 삶의 디자인을 읽다

빈티지 디자인에 묻어난 삶의 향기를 발견하다


사각거리는 한지의 질감이 손끝으로 느껴지는 겉표지. '오래된 디자인'이라는 이 책은 우리 삶에 스며든 익숙한 공예품이나 예술작품의 디자인에서 인문학적 통찰과 삶의 지혜를 들여다보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 팀장으로 일하는 저자는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존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선시대의 책상 서안에서부터 화문수보,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 지폐 등 박물관 전시작품 뿐만 아니라 루이뷔통, 독일의 비틀 자동차, 전쟁용품으로 만든 절구, 수류탄을 이용한 호롱불 등 낡은 물건들은 세월을 품은 특유의 매력과 함께 시간과 공간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책은 이러한 물건들은 삶의 실체와 본질을 파악하게 하는 매개체로서 우리 삶에 변화를 준다고 말한다. 그러한 물건들은 생활의 한 도구로서 예술적 경지에 이른 것이지 처음부터 예술이고 싶어 하거나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에 대해서는 순간의 느낌만으로도 '좋다' 혹은 '별로다', '내 취향이 아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지만 정작 설명하려면 명쾌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디자인 특유의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다.

소위 유명 브랜드나 명품도 이처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부터 시작했다. 철저히 내구성과 실용성에 목표를 두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아름다움까지 더하게 됐다는 것. 결국 기능성에 미적 감각을 통합하는 것인 디자인의 목표이며 이러한 가치를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적 프로세스가 디자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조선시대 선비의 책상인 서안과 무슬림의 코란 받침대 등을 빗대어 삶의 태도를 살펴보기도 하고, 네덜란드 지폐 디자인에서는 문화적 개방성을 찾기도 한다. 한옥 마을에서 철제 배전판, 플라스틱 안내판, 철제 셔터 등을 접하고 눈살을 찌푸린 저자는 대나무를 이용해 전기 배전판을 가린 일본 교토 전통 거리를 소개하기도 한다. 책에 수록된 오래된 물건이나 풍경의 사진을 넘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디자인에 대해서 그는 "정체성, 전통, 고유성 등은 과거에 완료된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며, 오늘의 정서에 관점이 반영된 현재 진행형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꾸밈의 기술'이 아닌 '삶의 태도'로서 디자인을 바라보게 된다는 저자의 관점은 좋은 디자인과 함께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오래된 디자인=박현택 지음. 컬처그라퍼 펴냄. 31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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