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서날 대표. 그는 명성황후·영웅에 이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우리 역사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다른 사람도 아닌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65) 입에서 '업종변경'이라니. 농담조로 던진 말은 그저 너스레가 아니었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의 연출·제작자로 유명한 윤 대표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뮤지컬 1세대로 올 초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창작뮤지컬 '완득이', 창극 '서편제' 등으로 여전히 일선에서 뛰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원장으로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공연·문화계 큰 어른이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생한 문화현장이고 우리의 현실이기에 더욱 경청하게 만든다.
"한국 뮤지컬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내놓을 만한 진짜 우리 뮤지컬이 뭐냐'고 했을 때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더군다나 커져버린 시장이 외국작품에 다 뺏기겠다 싶다니까요."
이런 그의 생각은 뮤지컬이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적도 없는 30년 전에 이미 형성된 것이다. 그는 1982년 문예진흥원 해외연수로 영국에 가게 됐는데 그때 뮤지컬 '캣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 워크숍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서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 앞으로 이거 안 하면 큰일 나겠다'라는 생각으로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윤호진 대표는
그는 일본과 관련된 우리 역사 뮤지컬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다. '명성황후'와 '영웅'에 이어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만들어야 하는데"라며 "재일교포인 정의신 극작가와 작업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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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뮤지컬이 한류의 새로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중국·일본에 관한 전문 R&D센터를 만들어 한중일이 공유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할 수도 있는 거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서 아시아권 국가 정서에 맞게 여러 버전으로 공연을 만든다면 충분히 해 볼만 합니다. 이제 마니아층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정말 좋은 작품으로 관객을 이끌어야 할 때입니다."
공연 연출이나 극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당부에는 그의 뚝심과 고집, 또 우리 뮤지컬계에 대한 조언이 함께 담겨있었다.
"단지 글쓰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 인문사회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기본으로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품을 빨리 만들려고 하지 말고, 하나의 아이템을 가지고 끊임없이 숙성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표현을 음악으로 해 보는 습관도 필요하고요.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레미제라블' 같은 대작 하나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