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본 다른 스팩들은 기업가치를 평가하기가 애매한 신성장산업을 기피하게 됐고 전통적인 제조업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최종 관문인 주주총회를 앞두고 불길한 기운이 감지됐다. 썬텔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 스팩 펀드를 통해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합병 찬반을 결정하기 위해 썬텔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가치는 대신스팩이 제시한 수치에 도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 도입 4년]최초 노렸다 큰 코 다친 대신증권](https://thumb.mt.co.kr/06/2013/11/2013110615493360607_1.jpg/dims/optimize/)
자산운용사들은 대신증권이 의도적으로 썬텔을 높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스팩 합병이라는 생소한 방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종의 '당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팩 업계는 제도적 문제점 때문에 불가피하게 고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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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기업의 가치는 본질가치(자산가치, 수익가치) 50%와 상대가치 50%로 평가된다. 이 중 수익가치를 평가할 때 자본환원율이 사용되는데 이는 기업의 미래 추정수익을 현재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할인율이다. 자본환원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가치는 줄어든다.
스팩 제도가 도입 됐을 당시 자본환원율은 5%였다. 하지만 2010년 8월 우회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네오세미테크가 분식회계로 인해 상장폐지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우회상장에 적용되는 자본환원율이 10%로 올라갔다. 스팩도 이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스팩 업계는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수익가치 산정에서 손해를 보게 됐으니 어느 기업이 합병을 하겠느냐는 한탄이 들려왔다. 상장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치 평가가 자유로운 IPO(기업공개)가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전통제조업체들은 수익가치가 깎이더라도 상대가치(유사 상장법인과 비교 평가)에서 만회를 할 수 있다. 비교대상 기업들이 비교적 규모가 크고 탄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썬텔 같은 신성장 산업의 경우 비교대상 기업군이 부실한 경우가 많아서 수익가치의 하락을 만회하기가 어렵다. 썬텔의 수익가치가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대신증권이 의도적으로 미래 추정수익을 높게 잡았다는 의혹을 산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자본환원율에 발목을 잡힌 스팩들은 당초 목표로 삼았던 IT·바이오 기업 대신 가치 산정이 쉽고 합병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관심을 돌렸다. 대신스팩과 썬텔이 기업 가치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 HMC스팩과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정공이 국내 첫 합병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자동차 부품, 자전거 등을 만드는 전통적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스팩 합병에 성공했다.
정부는 편중된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2011년 10월 스팩에 한해서 가치산정 방식을 자율화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스팩 시장에 등장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