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민주당이 완패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영암 정치부장 2013.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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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민주당이 완패한 이유는?


민주당이 완패했다. 애당초 2곳 모두 새누리당 우세지역이라 승리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수도권인 화성갑에서 예상보다 많은 표차로 졌다. 국정원과 국가보훈처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전방위적인 대선개입 의혹 공세로 '이변'을 기대했지만 민심은 냉혹했다. 비록 2곳이지만 과거에 매몰된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민주당은 재보선 패배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기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당직자회의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과 '국민의 기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실천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민생현안을 잘 처리하라는 의미가 아닌 박근혜정부와의 강경대결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민주당은 두 번 지는 셈이다. 석달 넘게 댓글의혹 공세를 펼쳤지만 화성갑 득표율이 30%에 못 미친 이유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데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새누리당도 재보선 승리를 즐길 여유는 없다. 행정부가 요청한 외국인투자촉진법안, 관광진흥법, 소득세법, 주택법 등 100여개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이 반대입장을 밝혀 어려운 상황이지만 묘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경제부총리나 행정부처 장관에게만 떠넘길 일은 아니다. 경제활성화법안 통과의 1차 책임은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있다. 그런 만큼 밤새워 설득해서라도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정치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뒤늦었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새누리당에 힘을 보탰다. 3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국정원 댓글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진일보한 태도다.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 민주당 등 야당 역시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돌아와야 할 때다. 그 첫번째가 '경제회생법을 통과시켜주면 적극 투자하겠다'는 재계의 요구에 답하는 일이다. 야당이 경제민주화의 대의명분으로 내세우는 을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100여개 경제활성화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될수록 고통을 당하는 것은 을이기 때문이다. 을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재계의 투자는 절실하다.

물론 여야가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우리 경제가 금세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법안 통과는 기업과 기업인들을 압박하는 '정치리스크' 감소를 의미할 뿐이다. 기업들의 투자확대와 민간의 소비증대를 이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별개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가정신'을 훼손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가해진 기업규제를 재개정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경제는 단순히 '선한 의지'만으로 풀 수 없다.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을 배제한 규제가 정책당국의 의도와 달리 외국계 대기업만 배불리는 현실이 좋은 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 명확하다. 민생과 안보를 책임질 정당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과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안 없이 의혹제기에만 머물러서는 결코 집권당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유권자의 뜻'에 충실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은 그래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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