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만 담기엔 아쉬운 그 '길'과 '글'사이를 걷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11.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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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송의 아포리즘 사진전 'On the Road'··· 12일까지 갤러리 시:작

눈에만 담기엔 아쉬운 그 '길'과 '글'사이를 걷다


"산이 있어 산을 오르듯,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을 뿐입니다."

사진작가 김일송(38)의 개인전 'On the Road'(길 위에서)가 오는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시:작에서 열린다. 제목 그대로 작가가 길 위에서 마주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20점을 소개한다.

2009년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를 도보여행하며 찍었던 사진들과 2011년 발트부터 발칸까지, 서유럽과 동유럽 사이 15개국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어떤 장면이 그냥 보내기에 아까웠을까. 그는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길뿐만 아니라 새들의 하늘길이나 바닷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길도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 비평과 방송활동을 겸하며 종합문화 월간지 씬플레이빌의 편집장이기도 한 그는 거의 매일 글을 다루고, 방송을 할 때는 말을, 사진을 찍을 때는 카메라를 다룬다. 이 각기 다른 매체를 대하는 태도와 감성에 대해 그는 "글은 조금 더 정제하고, 말은 더 편안하게, 사진은 더 감각적으로 담고자 한다"며 "담는 그릇이 변해도 그 안의 질료는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글쓰기란 소위 생활이지만, 늘 어려웠고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표현은 적확한가, 판단은 정확했나, 무엇보다 삶에 비추어 정직한가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리적인 면에서 사진은 글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셔터를 누를 때는 오직 피사체와 배경, 구도와 전체적인 색감만을 고민하거든요. 어떻게 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의 작가는 글을 한 줄 쓸 때도 십 수번을 고민한다. 대신 일단 완성하면 수정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 그는 "여러 구도에서 다양한 노출로 수십 컷을 찍고도 한 장을 건질까 말까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을 완결하려는 편이지 트리밍이나 보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사진을 찍고 계신 모친의 영향으로 카메라는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친숙했다. 또 잡지사 편집장으로 일하며 매달 많게는 수백 장의 사진 중에 한두 장을 골라야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사진에 대한 세밀한 감각을 키웠을 거라 짐작된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작가의 감수성과 농축된 감각이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사진에 대한 단상들을 글로 곁들여 내면의 서사를 더했다. 작가가 직접 쓴 글뿐만 아니라 기성작가들의 '길'에 관한 글을 덧대기도 했다. 자신의 작업이 삶과 유리되지 않기를,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꾹꾹 눌러쓰고 찍은 글과 사진 사이에서 오롯이 전해진다. 작가의 체험 속 길을 함께 거닐어보면 어떨까.

ⓒ김일송, 나무 아래, 2009ⓒ김일송, 나무 아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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