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행복열쇠, 동등한 위치와 상호존중이다

머니투데이 김대현 솟맘경영연구소장 2013.10.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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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교육 에세이] 김대현의 긍정樂서

인간의 학대(虐待)는 육체적 학대와 정신적 학대로 구분지어진다. 부부간에는 정신적 학대가 더 크다. 부부들은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서로를 학대하고 이를 참아나간다. 주로 '갈등'이나 '언어폭력' 등으로 나타나는 학대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잘 참는다. 남편과의 관계가 아픔과 상처로 얼룩지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사랑 때문에 견뎌낸다. 자신이 학대당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다. 물은 차면 흐르고 학대도 쌓이면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2012년 우리나라 이혼 부부는 11만4300여 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이들 중 50%는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이혼했다.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부부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본다. 그래도 더 이상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으면 이혼을 결정한다.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며, 오직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생각뿐이다. 이혼한 부부의 심리적 메커니즘은 '도피'이다. 결코 '돌파구'이거나 '피난처'가 될 수 없는 이혼을 선택한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이혼한 691쌍과 그 후손들을 분석한 결과 이혼의 영향이 3대까지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모가 이혼하면 자녀도 이혼할 확률이 평균 2배나 높았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 아이들은 '버려졌다'는 느낌으로 괴로워하며 남은 부모에게서도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려워한다.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이혼으로 탈선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데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은 전적으로 부부간의 결정이지만 결과는 부부 각자 뿐만 아니라 자녀와 가족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3대에 걸쳐 악영향을 주는 이혼, 이를 악물고라도 막아야한다. "기쁨은 슬픔에 의해 견제받지 않으면 의미를 상실한다"고 칼 융(Carl Gustav Jung)이 말했다. 슬픔도 있어야 기쁨이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부부의 힘들고 절망스러운 시간은 '이혼의 악영향'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잠시잠깐이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로 결혼과 자녀의 출산, 경제적 어려움, 복잡한 가족관계, 잦은 갈등과 다툼, 그리고 정신적인 학대 등 모든 것이 극한에 달하면 바닥이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다.



부부싸움의 한 형태로 나타나는 '학대'는 행복한 가족·부부관계를 좀먹는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 악습이다. 학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받는 사람이 있다. 학대받는 사람이 낮은 위치에 있고 얕잡아 보인다면 결국 학대하는 '악한 습성'을 더욱 키우는 결과만 낳는다. 학대받는 사람은 연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정돈된 감정 상태에서 상황과 결과를 또렷하게 말해야한다. 학대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주먹다짐을 하고 폭언을 일삼는 상하관계에서 벗어나 동등한 위치가 되다.

부부간의 현명한 학대 해결 방식은 첫째, 아이들 앞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건강한 방법을 알려주게 된다. 둘째, 아이들이 부모로 인해 더 큰 상처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상대방이 더 이상 '역기능적인 학대성'을 키우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진정한 친밀감을 누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면 향후 친밀한 관계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기본 바탕을 이룬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만든 가정이다. 아이들의 티 없이 맑고 행복한 눈망울과 웃음소리 가득한 가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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