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목소리 나오지만 "동양 사태 본질은 그림자 금융"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3.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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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약한 비은행권 통한 자금조달, 그림자금융의 전형"…규제 강화 계기될 것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금융수요자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증권이나 캐피탈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투자자들은 예금자 보호 등 공적인 지원이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요인이자, 중국이 안고 있는 폭탄으로 평가받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정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 사태가 한국에서도 '그림자금융'의 부작용을 공론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동양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드러난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 보완 작업에 나섰다.

◇동양사태가 드러낸 '그림자금융'의 문제= 조익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동양 사태는 은행권에서 자금조달이 막힌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매개로 대규모로 자금을 모은 것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그림자금융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그림자금융이 시스템리스크로 발전해 금융위기를 불러왔지만 우리는 주로 개인이 피해자여서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고 사회문제화된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 등 일부에선 동양그룹이 계열 금융기관을 매개로 사기성 기업어음(CP), 회사채를 발행, 유통시켰다는 점에서 '금산분리' 관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본질은 '그림자금융'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동양 사태를 계기로 이해상충의 문제를 제거한다고 해서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의 모호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림자금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저금리 경제환경 속에서 고수익을 실현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자금배분과 투자자 보호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배 소장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숙지하도록 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투자자들은 판매자의 말(신용)을 믿고 투자하게 된다"며 "충분한 심사능력이 없는 비은행권이 상품의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전가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출처: 한국은행▲출처: 한국은행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 한국은행의 2012년 분석에 따르면 2011년말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는 약 1268조원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렵 등 금융 선진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또 업권별 균형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 구조를 바꾸려는 정책적 노력도 계속되고 있어 그림자금융은 더 커질 전망이다.

동양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CP 규제가 5월 시행되자 전자단기사채를 대거 발행해 피해가고 대부업체를 통해 계열사간 자금중개를 하는 등 그림자금융의 새로운 수법들이 나타났다"며 "제도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대부업체를 통해 계열사를 지원한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부분"이라며 "규모가 큰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직접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효성그룹 사태로 불거진 비상장 캐피탈사에 대한 규제 방안도 별도로 검토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내년까지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새도우 뱅킹에 대한 규제안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그림자금융이 은행에는 없는 다양한 상품 제공, 저신용 금융수요자에 자금 공급,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금융산업 발전 등 순기능도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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