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너른 예술마당··· 국립현대미술관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10.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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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무사터에 서울관 내달 13일 첫 선··· 카페 가듯 즐기는 '일상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공보행통로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남궁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공보행통로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남궁선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미술관, 카페나 마트에 가듯 편안하게 들렀다 가세요."

큰마음 먹고 가서 다리가 아프도록 전시를 관람하는 미술관이 아니다. 언제든 들러서 관심 있는 일부 전시만 보거나 필요한 자료를 열람하고, 북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다. 굳이 관람을 하지 않아도 푸드코트를 이용하거나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즐겨도 좋다.

유럽의 유명 미술관을 방문하며 맛보았던 낭만을 서울 한복판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 다음달 1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의 서울관이 대중에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정형민 관장은 개관을 20일 앞둔 22일 오전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국립현대미술관 '4관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상 속의 미술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5년 개관 예정인 청주관을 포함해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 등 4개 관을 갖추게 된다.

정 관장은 미술관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작품을 수집·접시,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한국미술을 국내 뿐 아니라 세계미술계에 적극 소개할 것입니다. 또 세계미술과 국내미술을 연결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며 관람객들이 미술을 통해 세계문화와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울관은 대지 2만7264㎡, 전체면적 5만2125㎡, 지하 3층·지상 3층(높이 12m)의 규모로 옛 기무사와 서울지구병원 대지에 들어섰다. 총사업비는 2460억원으로 공사비 1276억원, 부지 매입비에 1038억, 설계비 90억원, 감리비 53억원, 부대비 3억원 등이 포함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남궁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남궁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남궁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남궁선
테라코타를 주재료로 한 밝은 건물은 문턱이나 담장 없이 입구를 열어놓아 대중의 발걸음을 쉽게 이끌 만하다.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외관은 막상 실내로 들어가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를 느끼게 한다. 내부 높이는 5m, 6m, 12, 17m 등으로 다양한 변주를 주었고 전반적으로 자연 채광을 살려 밝은 전시공간을 연출했다. 또 주로 관람객의 눈높이에 작품을 두거나 올려다보는 전시장이 많은데 비해 서울관은 관람동선을 따라가며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며 대형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구조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하고,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느낄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관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민현준 홍익대 교수는 "작은 갤러리가 여러 개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설계했고, 무엇보다 관람자 중심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며 "유럽을 중심으로 점차 변해가는 미술관 모습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미술계의 동향도 고려해 과천관과는 의도적으로 대비되는 공간을 구성했다"며 "회화 위주의 작품에서 영상·미디어·설치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열린 전시공간을 지향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관람객과 작품, 공간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복궁·종친부 등 문화재와 북촌 한옥 보존마을 주변의 역사적 맥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고, 미술관 건물과 입구를 다양하게 배치해 미술관 안과 밖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고 덧붙였다.

전시실은 8개다. 1·2전시실은 소장품 상설전, 3~8전시실은 기획전시공간 등으로 사용한다. 특히 전시회 개수와 규모에 따라 연결·분리가 가능할 수 있게 구성했다. 한국근현대미술 자료와 미술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정보실과 다원예술·전시·퍼포먼스 등을 할 수 있는 멀티프로젝트 홀, 예술·실험 영화를 볼 수 있는 122석의 영화관, 워크숍갤러리 등도 있다.

아트존, 레스토랑, 카페테리아, 디지털 북 카페 등 관람객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개관 초기에는 쾌적한 관람환경 유지를 위해 온라인 사전 예약을 11월 말까지 시범 운영한다. 서울관 입장객은 시간당 500명으로 제한한다. 또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정 관장은 "서울관 개관으로 과천관, 덕수궁관 3관 기능분화에 따른 특색 있는 전시를 동시에 개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장품특별전과 기획전을 균형 있게 배분하며 다양한 전시기획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관 개관 특별전은 다음달 12일부터 내년 4월 27일까지 한국 작가 50여명이 참여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 주제전 '자이트 가이스트'(시대정신)와 국제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협력 큐레이터 기획전 '연결-전개', 서도호·최우람 등이 참여하는 현장제작설치 프로젝트 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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