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백화점 명품매출·이혼율 증가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2013.10.1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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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마이너'의 세상읽기]추석 그리고 한달 후...

편집자주 수십억건의 소셜 빅데이터에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해 의미있는 정보를 이끌어내는 '데이터 마이너(Data Miner)'의 눈으로 세상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현재의 일상 속에 녹아있기에 데이터 마이너는 일상을 보면 다가올 세상을 읽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추석 이후 백화점 명품매출·이혼율 증가하는 이유


지난 9월 우리 모두 즐겁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습니다. 바로 추석 연휴를 보낸 것이지요. 여러분 댁은 지금 안녕하십니까?

소셜 빅데이터 속에서 추석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보면 연휴, 명절, 음식, 선물 등 즐거운 것들이 잔뜩 보입니다. 그런데 엄마라는 단어가 유독 순위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엄마에겐 추석은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우스개 소리로 주부에게 싫은 것 두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추석이고 다른 하나는 설날이란 말이 있답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보아도 유독 엄마의 추석에 대한 감성이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것은 엄마의 고민 순위 1위는 명절인데 반해 아빠의 고민 순위 1위는 연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알기위해 추석을 전후로 한달간 엄마와 아빠의 걱정을 그래프로 그려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엄마는 무려 추석 30일 전부터 걱정이 시작돼 추석 1주일 전부터 걱정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 후 명절 2일 전 폭발합니다. 아무래도 시댁에 가는 날이 추석 전날이기 때문에 그 하루 전 걱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듯하네요. 이에 반해 아빠는 엄마가 폭발한 다음날에야 이를 감지했는지, 부정적인 감정의 최고조에 달합니다.

또한 엄마의 부정적 감정은 추석날을 기점으로 바로 사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추석 후 연휴의 끝에 다시 한번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연휴의 마지막 날에 큰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겠죠?



따라서 엄마는 '전통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아빠는 긴'연휴'가 싫은 것입니다

추석 후 바로 평온한 세상으로 가면 좋겠지만 추석 후 9일까지 부정적인 감정이 서서히 줄어들고 다시 그 이전의 감정 상태로 돌아가는데는 30일 정도가 걸리게 됩니다. 큰 지진 이후의 여진처럼 계속되는 어려움이 있으니 추석이 끝났다고 바로 안심해선 곤란하겠지요?

이러다 보니 사회현상에도 그 결과가 반영됩니다.


추석 후 백화점에선 명품의 매출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추석 이전에 비해 패션 상품의 매출이 늘었답니다. 그리고 특급 호텔에선 추석 패키지 매출 또한 신장세가 두드러집니다.

평소엔 아무래도 손이 가지 않던 고가품의 구매가 너그러워지게 되는 것이죠.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듣던 아빠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네거나, 비상금이 없는 아빠를 둔 엄마라면 자신이 평상시에 사고 싶었지만 결정하지 못한 비일상용품의 구매에 대한 핑계를 힘들었던 명절 후 나에 대한 보상으로 돌리는 것이겠습니다.

이것만이 추석의 결과일까요? 불행히도 진짜 결과는 다음 달인 10월에 이뤄집니다. 이혼율이 평소에 비해 11.5% 이상 증가합니다. 추석이라는 명절을 거치며 평소의 불화가 증폭되면서 감정적인 충돌이 이혼이라는 비극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앞에서 설명드린 감정 흐름 데이터를 본다면 명절 당일에만 조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적어도 한달 전부터 서로 조심하고 일주일 전부터는 더욱 배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명절 이틀 전 서로의 기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한 후 명절 후엔 여행이나 즐거운 일을 함께 함으로써 감정의 앙금을 없애는 것이 좋겠네요.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흘러가는 것을 함께 이해한다면 명절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상을 모시고 전통을 지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우리의 가치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전통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가정이 깨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까지 우리 조상님들이 원하시진 않으시겠죠.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즐거운 명절을 보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돌아오는 설이 더 이상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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