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졸리면 혹시 계절성 우울증?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3.10.19 06:30
글자크기

[이지현의 헬스&웰빙]일반인 10% 계절성 우울증 경험, 심장질환·알레르기 비염도 조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이른바 '가을을 타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다. 동시에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부쩍 많아진다. 또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가을마다 줄줄 흐르는 콧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쌀쌀한 날씨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압력이 높아져 각종 심혈관 질환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환절기인 가을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단 것 먹고 싶고 자도 자도 졸리면 계절성 우울증=가을에 가장 흔한 증상은 계절성 우울증이다. 홍진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 특히 가을이나 겨울동안 반복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봄이나 여름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질환이다.

일반인의 10% 정도가 일생동안 1번 이상 계절성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다른 주요 우울증 역시 11%는 계절적인 패턴을 보인다. 북반구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서 나타난다.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계절 변화에 맞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멜라토닌 분비에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일조시간이 변해 햇볕을 받는 시간이 바뀌면 계절성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 증상은 과도하게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계속 잠이 오는 것이다. 유달리 단 음식이 당기고, 체중이 불어나며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통상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일반인들도 식욕이나 수면에 변화를 겪는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 생활에 큰 지장을 줄 때만 질환으로 정의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가정집 조명의 25배에 달하는 밝은 빛을 쓴다. 환자에게 빛을 쪼여 몸속 생체시계를 조정하면 깨진 리듬이 회복된다. 이 같은 빛을 하루 30분~2시간 정도 쬐는 방식인데 광원 치료를 하는 동안 읽고, 쓰고, 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대개 3~4주 정도 지속하면 우울증은 상당히 호전된다. 단 이 치료는 빛에 유난히 예민하거나 건선 약, 항생제, 항 정신병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받을 수 없다.

증상이 좀 더 심한 사람에게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광선치료나 약물치료 부작용으로 조증 상태가 나오기도 한다"며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바람 불면 심장 질환 조심해야=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 벽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질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 같은 돌연사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고혈압은 피가 혈관 벽을 너무 세게 미는 것을 말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본다.

정상 혈압인 경우에도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은 1.3mmHg, 확장기 혈압은 0.6mmHg 정도 높아진다. 기온이 10도만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혈압은 13mmHg나 올라가는 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심장이 더 센 압력으로 피를 보낸다. 이 경우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도 강해져 동맥경화증으로 약해진 혈관이 쉽게 손상된다. 이 때문에 혈관 속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기 쉽다.

혈압이 높아져 문제가 생긴 혈관이 만약 뇌혈관이라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혈관이 심장 부분 관상동맥이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으로 확대된다.

고혈압으로 대동맥이 늘어나거나 터지기도 하며 심부전이 와 숨이 찬 증상이 자주 나타나기도 한다. 신장 기능도 망가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반대로 추운 곳에서 오래 머물다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심할 경우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서홍석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외출 전후 기온 차이가 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고혈압 약을 먹는다면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며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중풍 등 뇌손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맑은 콧물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 비타민D 합성 중요=맑은 콧물이 계속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 역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을 조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와 집 먼지 진드기, 곰팡이, 동물 털 등 항원물질 때문에 콧살이 과민 반응을 일으켜 재채기나 코 막힘, 맑은 콧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알레르기 비염이 비타민D 합성과 연관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에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이유다.

강혜련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는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바를 경우 비타민 D 합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가을에는 적절한 야외 활동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알레르기비염 증상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하루 2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면 적정량의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으므로 걷기 같은 야외활동을 충분히 해줄 필요가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