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서도 용돈 달라는 아들···미국이라면?

머니투데이 이슈팀 방윤영 기자 2013.10.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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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의 비극 下] 美도 경기침체로 '트윅스터' 세대 문제화···"성년되면 독립" 관념은 변함 없어

미국판 캥거루족 트윅스터(twixter)/사진=behance.net미국판 캥거루족 트윅스터(twixter)/사진=behance.net


성년이 돼 자립할 나이가 지났으나 여전히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캥거루족'은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사회 현상이 됐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방식은 천양지차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서양국가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단순히 자식이 부모의 집을 떠나 사는 것 뿐 아니라 월세, 학비, 생활비 등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비로소 '독립했다'고 본다. 심지어 부모에게 땅을 물려 받기로 했다면 그곳에 집을 지을 수 있어야 완전히 독립한 성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황의 여파로 미국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 이른바 '트윅스터'(twixter) 세대가 생겨났다. 트윅스터란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betwixt and between) 세대라는 뜻으로 주로 18~25세 젊은층을 일컫는다. 미 오리건 주립대 연구진들은 지난해 "오늘을 사는 20대는 부모 세대만큼 독립해서 잘 살기 어려운 세대이므로 이들에 대해 지원해줘야 한다"는 요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도 '캥거루족'은 있지만 이를 대하는 방법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다수 부모들는 캥거루족 자식들에 대해 "도와줄 수 있을 때까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38세 아들에게 아직도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는 박모씨(69·남)는 "아무리 한심해 보여도 자식인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35살이 된 아들의 대학원 학비를 지원해주고 있는 정모씨(58·여)도 "아들이 백수가 되는 걸 보고 있을 순 없었다"며 "능력이 될 때까진 지원해줘야지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관습대로 때가 되면 자식이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트윅스터 자식을 둔 미국 부모들도 일시적으로 지원은 해주되 꾸준히 독립을 유도하는 노력을 해 나간다. 타임지 등 미국 매체들 역시 트윅스터 세대를 다루면서 '자식을 독립시켜는 법', '독립한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 등에 대해서도 함께 다룬다.

세계 최고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 자녀가 각각 9살, 12살, 15살일 때 용돈을 일주일에 '1달러'씩만 줬다고 밝혔다. 그는 "물건을 쉽게 손에 넣다 보면 세상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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