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부펀드가 ETF 투자 늘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3.10.15 16:07
글자크기

저비용 분산된 포트폴리오, 특정섹터 비중 늘릴 때 효과적… 펀드 유휴자금 활용 용이

# 아시아계 국부펀드 A는 올해 초 처음으로 중국 ETF에 투자했다. 액티브(벤치마크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통해 중국주식에 투자해왔지만 적격외국인투자가(QFII) 투자한도가 정해져있어서 비중을 높이기 어려웠기 때문. 하지만 CSI300(상하이선전3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매입해 포트폴리오를 수월하게 조정했다.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ETF를 통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관들은 기존의 액티브 전략만 고수해 투자자산과 패턴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3 글로벌 ETF 컨퍼런스 서울'에서는 해외 연기금들의 ETF 활용사례가 폭넓게 제시됐다.

브라이언 로버츠 뱅가드 ETF 상품 매니저는 "ETF를 통해 저비용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고 특정지역이나 섹터에 투자비중을 늘리는 방편으로 효과적"이라며 "연기금 위탁 운용사를 바꾸는 과도기나 유휴자금 투자 시에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커티스 타이 CAMHK(중국자산운용 홍콩법인) 세일즈&마케팅 매니저도 "각국의 국부펀드들이 ETF를 통해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해외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QFII 투자 쿼터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투자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ETF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 매니저는 이어, "수수료와 거래비용이 적은데다 상장된 펀드라 투명하고 개별 종목에 대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각국 연기금들이 ETF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ETF는 글로벌 매크로전략을 취하면서 이자수익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해외 채권ETF는 만기연장이나 교체부담 없이 거시경제분석에 기반한 집중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ETF 시장은 기관의 투자가 미미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사학연금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이 30%, 대체투자 비중도 15%까지 늘었으나 ETF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위탁운용 수수료 외에 ETF 수수료가 드는 이중보수 문제와 ETF 보유에 따른 개별종목 보유지분한도 초과 가능성이 투자를 막는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개별 종목 기반의 액티브 펀드에 편중된 투자관행도 ETF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제도적으로도 혼합형펀드에 편입된 채권ETF는 채권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혼합형펀드의 자산배분에 활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밖에 ETF별로 자본시장통합법이나 보험업법 등 근거법이 달라 실무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는 점도 장애물이다.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은 "지금까지 (사학연금은) 위탁운용 상품들이 ETF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해왔지만 내년부터는 해외투자 확대 일환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과 부동산, 상품, 인프라 관련 ETF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기존 액티브 전략 외에 패시브 전략의 상품이 전체자산의 일정 수준이 돼야 한다"며 "내년엔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량회사채 관련 ETF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