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ETF를 통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관들은 기존의 액티브 전략만 고수해 투자자산과 패턴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브라이언 로버츠 뱅가드 ETF 상품 매니저는 "ETF를 통해 저비용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고 특정지역이나 섹터에 투자비중을 늘리는 방편으로 효과적"이라며 "연기금 위탁 운용사를 바꾸는 과도기나 유휴자금 투자 시에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타이 매니저는 이어, "수수료와 거래비용이 적은데다 상장된 펀드라 투명하고 개별 종목에 대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각국 연기금들이 ETF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ETF는 글로벌 매크로전략을 취하면서 이자수익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해외 채권ETF는 만기연장이나 교체부담 없이 거시경제분석에 기반한 집중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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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ETF 시장은 기관의 투자가 미미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사학연금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이 30%, 대체투자 비중도 15%까지 늘었으나 ETF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위탁운용 수수료 외에 ETF 수수료가 드는 이중보수 문제와 ETF 보유에 따른 개별종목 보유지분한도 초과 가능성이 투자를 막는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개별 종목 기반의 액티브 펀드에 편중된 투자관행도 ETF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제도적으로도 혼합형펀드에 편입된 채권ETF는 채권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혼합형펀드의 자산배분에 활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밖에 ETF별로 자본시장통합법이나 보험업법 등 근거법이 달라 실무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는 점도 장애물이다.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은 "지금까지 (사학연금은) 위탁운용 상품들이 ETF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해왔지만 내년부터는 해외투자 확대 일환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과 부동산, 상품, 인프라 관련 ETF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기존 액티브 전략 외에 패시브 전략의 상품이 전체자산의 일정 수준이 돼야 한다"며 "내년엔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량회사채 관련 ETF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