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 절반이 취업재수생인 한국사회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3.10.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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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취업전쟁](1-2) 재수 기본, 삼수는 선택..눈 높이 낮추거나 일자리 늘리거나

대학 졸업자 절반이 취업재수생인 한국사회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 임원 K상무의 요즘 걱정거리는 지난 8월 졸업한 딸의 취업이다. 그는 "우리 때와 달리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대학을 졸업한 딸의 취업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퇴직 전 자녀들이 직장을 잡아야 마음이 편하지만 요즘 취업시장의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입장에서 단번에 취직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시름이 깊어진다.



K상무의 고민처럼 대학졸업자 10명 중 어림잡아 4명은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입사전쟁' '취업대란'이 2013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지난 8월 조사한 '2013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건강보험DB연계 취업통계'에 따르면 대졸자 평균 취업률은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59.3%에 그쳤다. 취업대상자 48만3000여명 중 28만6000여명만이 취업했다. 19만7000명은 취직을 못했다는 얘기다.



이것도 통계상 허점으로 '후하게' 계산한 것이다. '통계상 취업자'에는 군에 입대한 군복무자, 대학원에 진학한 대학원생, 해외로 공부하기 위해 떠난 유학자까지 취업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취업한 상태가 아니지만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취업률은 59%를 훨씬 밑돌고 절반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러다보니 대입은 물론 취업도 '재수는 기본이고, 3수는 선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업들은 취업재수생을 꺼리지만 취업이 되지 않으니 피치 못하게 취업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신입사원 채용시 취업재수생에 입사 제한을 두지는 않으나 '감점요인이 된다'(35.8%)거나 '채용을 다소 꺼린다'(44.6%)고 답했다. 대기업은 감점요인이 된다는 기업이 48.9%였고 취업재수생을 꺼리는 비율도 54.5%로 나타났다.


그만큼 취업재수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취업준비생들 앞에 닥친 현실이다. 취업재수생 꼬리표를 달지 않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공무원 준비를 하다 결국 대기업 취업전선에 뛰어든 사례도 있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오고 지난해까지 3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한 A씨(28)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대기업 입사시험을 치렀다. 삼성이 실시한 SSAT(삼성직무적성검사)에 응시한 A씨는 "경제학과를 다니면서 중간중간 휴학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했으나 취업경쟁률이 높아지고 시간도 지나고 해서 행시를 포기했다"며 "올해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나마 나이 제한이나 서류전형 등이 없는 삼성의 문을 우선 두드려보기로 했다는 그는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3차례 지원으로 제한된 대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SSAT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학원에 면접트레이닝을 신청하면 자기소개서를 무료로 봐줘 참여했다"며 "다음 취업시험을 위해 수시로 취업설명회 등을 찾아다니지만 몰려든 준비생들을 보면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먼저 취직한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입사 노하우'를 챙긴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였지만 S사 인사팀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와 친한 동창의 소개를 받아 천안까지 내려가 취직비결을 묻고왔다"고 말했다.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이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든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C씨는 "중학교 동창 가운데 일찍감치 간호전문대에 입학해 H대학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가 있다"며 "취업 재수나 삼수를 하는 동창들도 이 친구처럼 취업전선에 일찍 뛰어든 걸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눈을 낮춘다고 해도 이들이 뛰어든 '취업전쟁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 일자리가 대폭 늘지 않는 한 일자리전쟁은 당분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대한민국 청춘'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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