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신재생에너지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아"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3.10.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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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국기본 초안]에너지믹스, 석탄과 LNG는 늘고 신재생은 그대로

2035년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담긴 이번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국기본) 초안'은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 나왔다. 원자력발전(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팽배한데다, 전력난 되풀이, 에너지가격 왜곡문제 심화 등 에너지 관련 이슈가 풀기 힘든 실타래처럼 꼬여있는게 현실이다.

이번 초안을 내놓은 '에너지 기본계획 민관 워킹그룹'도 5개월간 갑론을박하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국민 수용성이 낮은 원전 비중을 줄이되, 안정적으로 전력 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된 수요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격체계를 개선하자는게 골자다.



"MB정부, 신재생에너지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아"


◇원전비중 대폭 축소...왜?= 발전설비 중 원전비중을 결정하는 것은 2차 국기본 초안의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로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팽배하고,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있어서다. 또 원전비중에 따라 다른 발전설비 비중이 정해지는 등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워킹그룹은 지난 5개월 동안 원전비중을 정하기 위해 수십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다. 반핵단체와 원전산업계 등 의견을 골고루 수렴한 결과 처음엔 7~35%로 설정돼 스펙트럼이 더 넓었다. 회의를 거듭한 끝에 5년전 1차 국기본의 41%에서 20%대(22~29%)로 끌어내리는 걸로 정해진 것이다. 국민 수용성을 감안했을때 41%는 너무 많고, 그렇다고 경제성이 있는 원전을 20%대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산업계 등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이란 게 워킹그룹의 설명이다. 그간 발전설비 비중 가운데 25% 내외가 원전이 차지한 것을 감안, 이번 원전비중을 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확정치는 아니지만 연말에 나올 최종 국기본에 들어갈 원전 비중도 이 수준을 벗어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발전설비만 놓고 봤을때 현재 수준의 원전비중이 유지되는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원전 비중은 26%(석탄 31%, LNG 28% 등)다. 그렇다고 해서 노후원전을 폐기하거나 현재 건설중인 원전의 공사가 중단된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앞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현재 짓고 있는 원전 등은 모두 포함될 전망이다.

송유종 산업부 에너지정책관은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할 경우 적정원전 비중을 유지하려면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번 초안에 22~29%라고 해서 신규 원전 건설 포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1차 국기본에 나오는 2030년 에너지수요전망. 2차 국기본에 들어갈 에너지 수요전망은 막바지 단계다./자료= 산업통상자원부1차 국기본에 나오는 2030년 에너지수요전망. 2차 국기본에 들어갈 에너지 수요전망은 막바지 단계다./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석탄과 LNG는 늘고, 신재생은 그대로=
원전비중이 줄어들면 다른 발전설비의 비중은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1차 국기본때 2030년 원전이 41%, 석탄이 32%, LNG가 19%가 목표였는데 원전비중이 감소하게되면 자연스럽게 석탄과 LNG 등 다른 비중은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환경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 등이 결정돼야 석탄과 LNG 등 다른 발전설비 비중이 정해진다.


또 신재생 에너지는 총에너지 보급률 중심으로 11%로 1차 국기본때 목표와 같다. 정부는 1차 국기본 당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률을 11%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기준으론 3%에도 못 미쳤다. 발전비율로 따지면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경제성과 환경문제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워킹그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5년전 녹색성장을 화두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당시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높게 잡았다는 것이다. 2차 국기본때엔 그때 목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열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나 신재생설치 의무화 제도 등을 통해 보급률을 높일 방침이다.

워킹그룹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당초 공급량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 목표가 합리적인지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라 다시 11%를 목표치로 잡은 것"이라며 "2008년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보가 미흡했고, 이행과정에서 보급여건이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MB정부, 신재생에너지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아"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향은?= 워킹그룹이 원전비중과 함께 심도있게 다룬게 에너지 가격정책이다.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원별 가격정책을 통합적 관점에서 조정,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겠다는거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탓에 전력수요가 항상 넘쳐 해마다 전력난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 다른 에너지원에 세금을 부과해 왜곡된 에너지 체계를 개선한다는 얘기다.

워킹그룹은 개별소비세 등이 과세되고 있는 LNG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유연탄에 과세를 하고, 원전에 대한 사후처리비용과 시설안전 및 사고대응 경비 등을 합리적으로 재산정해 전기요금에 적시 방영할 것을 권고했다.

또 용도별 요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원가에 기반한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해 요금격차 왜곡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절·시간대별 차등 요금 등 선택형 최대피크요금제를 마련해 전력공급 설비의 지역적 편중에 따른 전력계통 불안정을 해소할 것을 주문했다. 결국 이런 방향대로라면 내년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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