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 함께하는 운동!"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13.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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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마라톤 풀코스 209회 완주, 박연익 산업은행 팀장

박연익 산업은행 신탁부 증권수탁팀장 /사진제공=산업은행박연익 산업은행 신탁부 증권수탁팀장 /사진제공=산업은행


8800㎞. 서울~부산을 10번 왕복한 거리보다 길고, 세계 최대 건축물인 만리장성보다 긴 이 거리를 오로지 두 발로만 뛰어 온 사람이 있다.



산업은행 신탁부 증권수탁팀의 박연익 팀장이다. 박 팀장은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최근까지 209회 완주했다. 풀코스로만 뛴 거리가 8818.755㎞다.

박 팀장은 2000년대 초반 마라톤이 유행하자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단순 호기심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2002년 '전주군산마라톤' 대회에서 15㎞ 부문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박 팀장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며 "마라톤은 다양한 매력이 있어 지금까지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들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을 두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하지만 박 팀장은 마라톤이 결코 혼자서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마라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이다.

페이스메이커(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 역할을 하는 박 팀장은 달리는 동안 자신을 믿고 따라와주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중간 중간 요령을 알려주기도 하고 힘들어 하는 참가자를 돕기도 하며 완주를 한다.


마라톤을 통해 맺은 인연은 달리기가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박 팀장이 있는 마라톤 동호회는 회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실시한다. 지체장애 아동들과 함께 달리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육상 꿈나무들을 찾아가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달리는 것은 혼자이지만, 실제로는 달리는 중에도, 달리기가 끝난 후에도 혼자가 아닌 셈이다.

박 팀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겸손함이다. 자신의 체력과 경력 등을 믿고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박 팀장은 "초보자보다 어느 정도 마라톤을 알기 시작하는 때에 부상을 많이 당한다"며 "평소 체력에 자신 있다거나 과거 풀코스를 몇차례 완주했다고 자만하는 경우 사소한 부분을 신경쓰지 않아 사고나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몸 상태와 실력을 정확히 파악했으며, 그에 맞춰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박 팀장은 "초반에 5분을 먼저 속도를 내서 달리면 마지막에 도착은 결국 1시간이 늦어진다"며 "어느 정도 달리기 시작하면 흥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흥을 잘 자제해 무리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박 팀장의 생각은 다르다. 힘들 때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박 팀장의 생각이다.

박 팀장은 "일부에서는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미덕으로, 교훈으로 가르치려 하지만 절대 무리해서는 안된다"며 "209회를 뛰어도 힘들 때는 걷기도 하고 경기마다 기록도 들쑥날쑥하는데, 기록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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