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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복지 '한 바구니에'…어느 공공병원의 착한 실험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3.10.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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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권용진 서울시 북부병원장

보건·의료·복지 '한 바구니에'…어느 공공병원의 착한 실험




"1998년 전북 진안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할 때 동네에 한쪽 얼굴에 화상을 심하게 입은 채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마침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 안면 기형 수술을 무료로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하려 했지만 안된다는 통보를 들었습니다. 호적상 아버지가 살아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아이의 아버지 문제를 해결하고 수술을 받게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선 의료 뿐 아니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연계해 보여주자는 생각에 병원에 오게 됐습니다."

의사에서 보건의료법 전문가로 변신해 수년간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로 활동하던 한 교수가 병원을 지역공동체에 돌려주겠다며 지난해 말 돌연 공공병원장으로 변신했다. 권용진 서울시 북부병원장(44)이 그 주인공.

'진주의료원 폐업' 등으로 공공의료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올해, 그가 세상에 내놓은 해답은 보건, 의료, 복지를 연계한 '301 네트워크'다. 지역사회의 극빈층 관리 체계를 단순한 복지 문제에서 보건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실험이다.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극빈층의 경우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한다. 이 때문에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물론 치매, 알코올 중독 등 각종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301네트워크는 지역사회에서 극빈층들을 돌보고 관리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이들의 건강 문제를 병원에 신고하는 프로그램이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는 사회복지사들이 병원에 환자를 보내려고 해도 행정적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기 힘들었다"며 "병원들이 환자의 의료비 보증을 사회복지사들에게 서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사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며 "행정적 부담을 모두 병원에서 지는 것은 물론 신고 절차 역시 단순화해 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의 부담을 낮추자 의료 사각지대에 있던 극빈층 환자 의뢰가 병원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뇨 관리를 못해 쇼크 상태까지 왔던 한 할머니, 근력이 약해져 거동조차 못하는 한 할아버지 등 병원 인근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서 신청된 것만 지난 4월 이후 100여건에 이른다.


저소득층 환자들이 직접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아오기도 했다. 병원 문턱이 높아 치료는 엄두도 못 냈던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의 무료간병 사업, 민간 펀드 등을 활용해 이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있다.

권 원장의 바람은 301 네트워크를 하는 병원이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퍼지는 것이다. 그는 "지역 공동체에서 벗어난 공공병원은 생존의 의미가 없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 뿐 아니라 지역 시민을 위한 건강 식단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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