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연속 흑자 대한전선..한순간에 위기에 빠진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3.10.08 10:23
글자크기

전선 한 우물 파며 54년 흑자서..7년간 부동산 주식 투자 딴 우물에 발목

지난 7일 대한전선의 경영권을 포기한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설 사장은 고 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자의 손자다.지난 7일 대한전선의 경영권을 포기한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설 사장은 고 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자의 손자다.


'50년 연속 흑자 기업이 몰락'

한국 최초의 전선업체로 1955년 고 설경동 회장이 창업한 대한전선은 2008년까지 54년간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회사다. 삼성과 금성사(현 LG전자)와 함께 한국전자산업을 이끌면서 1950~1960년대는 한국 재계 서열 5위권 내에 있던 탄탄한 기업이었다.

전자산업 초기에 국내 TV 시장 등 가전시장과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던 대한전선은 산업의 혈관으로 불리는 전선사업의 안정성에 기반해 50년간 전선과 전자사업의 한 우물만을 파며 안정을 유지해왔다. 전선산업은 급격한 성장세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격한 하락세도 없는 안정적인 사업군이다.



위기는 이 같은 안정적인 사업구조에 변화를 몰고 온 '용인술'이 시발점이었고, 이런 용인술 직후 이를 컨트롤할 수 있었던 오너의 갑작스러운 별세가 불행을 초래했다.

고 설경동 창업주의 3남인 설원량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임종욱 사장을 2002년 대한전선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직후인 2004년 설원량 회장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6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대한전선 (14,750원 ▼830 -5.33%)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린 나이인 설 회장의 장남인 설윤석씨가 경영수업에 나섰고, 임 대표는 설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 명예회장과 설윤석씨를 넘어서는 전권으로 그룹 전반을 경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욱 사장이 2002년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사업 확장에 나서 무주리조트와 선인상가, 남부터미털부지 매입, 쌍방울 인수, 진로인수전 참여,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남광토건 등을 인수하면서 2008년까지 약 2조원에 달하는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부동산과 증권 등에 투자해 몸집을 불렸던 대한전선 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온 것. 투자한 주식과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지분법 손실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2009년에는 54년간 이어온 흑자 신화가 붕괴됐다.


대한전선의 총자산 중 절반이상이 투자자산이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했고 2009년에는 차입금규모가 2004년의 8배가 넘는 2조 5000억원에 달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런 과정에서 설윤석 사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었던 임종욱 부회장이 회사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전선은 2008년부터 자금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 안양공장 부지 및 건물과 본사사옥 매각, 대한ST 보유지분 매각, 한국렌탈 지분 매각, 트라이브랜즈, 노벨리스코리아 지분 매각 등에 나서 1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했으나 여전히 1조 3000억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전선의 현재 영업상황으로는 이같은 부채를 감당하기 힘들어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위해 설윤석 사장은 경영권을 포기함으로써 조부가 일으킨 대한전선이라는 이름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