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아시아의 가을을 바이올린 선율로 수놓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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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까지 亞투어, "천생연분 케빈 케너와의 만남은 특별한 선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일본 4개 도시에 이어 중국과 한국 투어로 아시아 팬들과 만난다. /사진제공=CMI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일본 4개 도시에 이어 중국과 한국 투어로 아시아 팬들과 만난다. /사진제공=CMI


"케빈 케너와 함께 연주하게 된 것은 제 인생에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잘 맞는 연주 파트너를 찾는 것은 인생에서 천생연분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없어요."

지난 6월부터 도쿄 등 일본 4개 도시 연주를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중화권과 한국 투어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영원한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65). 이번 아시아투어의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케너처럼 순수한 파트너를 만나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은 꿈만 같다"며 "투어에 앞서 2년 5개월 동안 매달 같이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케너와의 만남은 2011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시작됐다.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를 함께 연주한 이후 매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만나 연습을 할 정도로 든든한 파트너십 쌓아갔다. 케너는 쇼핑 스페셜리스트이자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차이코프스키와 쇼핑 콩쿠르 동시 우승자이기도 하다.



정경화에게 이번 투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기적'과 같단다. "제 나이가 벌써 예순다섯이고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바이올린을 쉬었잖아요. 그런데 다시 청중 앞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케너와 같은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 함께 하다니요."

그는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연주하는데, 특히 이번 아시아투어는 솔로로 다시 시작하는 첫 출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일본을 찾아 성공적인 연주를 마친 정경화는 중화권 7개 도시 투어 준비가 한창이다.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여는 이번 중국공연은 오는 18일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31일 홍콩 공연까지 2~3일에 한번 꼴로 공연한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베이징의 국가 대극원에서 어떤 울림을 전달하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달 티켓오픈 후 베이징, 타이페이, 홍콩, 마카오, 카오슝의 공연티켓은 이미 매진됐으며 센젠, 광저우 역시 매진이 임박한 상태다.

2011년 복귀해 대관령국제음악제 공동 예술감독으로서, 또 다양한 자선 음악회 무대 등을 통해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정경화는 이번 아시아투어를 기점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하다.



"한마디로 너무 자유로워졌어요." 이전과 비교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는지 묻자 망설임 없이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연주를 할 때 늘 염려를 했어요. 무대에 나가서 청중들을 실망시킬까봐 걱정했고요. 그러다가 부상을 당하고, 기적처럼 다시 연주할 수 있게 되자 완전히 자유로워졌어요.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다고 하죠. 40년 전과 지금은 너무 다르지만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음악적으로는 여전히 타협하지 않죠. 저는 '왕고집'이에요. 하하."

아시아 투어의 피날레 공연은 한국에서 열린다. 다음달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서정적인 소나타 곡을 만날 수 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바장조(봄)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다단조,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가장조 Op.13을 연주할 예정이다. 울산(10/12), 고양(11/2), 부산(11/10), 서울 이화여대(11/12)에서도 공연한다.



"무대에 서면 사랑을 듬뿍 느낄 수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 무대에 설 때는 객석에서 '너무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어느 무대에 비할 수 있겠어요. 이번 공연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드리는 제 진심을 담은 감사의 표현입니다. 특히 천사 같은 케빈 케너와의 연주, 많이 기대해주세요."

올해 만 65세를 맞은 정경화. 계획보다 추억이 더 많을 나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주자로서 넘치는 에너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제공=CMI올해 만 65세를 맞은 정경화. 계획보다 추억이 더 많을 나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주자로서 넘치는 에너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제공=CMI
◆정경화 바이올린 독주회= 11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만~12만원. (02)547-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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