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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 있으면 실업자 되고 싶어도 못된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3.10.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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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

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사진= 이동훈 기자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사진= 이동훈 기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7월7일. 무더위로 지친 국민들의 갈증을 한방에 날려줄 낭보가 독일에서 전해졌다. 독일 라이프치히 무역전시 센터에서 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단이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 대회 4연패이자 통산 18번째 종합우승이었다.

41명의 태극전사들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 우수상 14개 등을 휩쓸며 37개 모든 직종에서 우수상 이상을 받았다. 당시 독일 현지에서 선수단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정부 관계자나 선수단을 이끄는 스태프는 아니었다. 주인공은 38년 전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최창묵(58세) 대한민국명장회장(시계수리명장).

그는 대한민국의 종합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을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후배들이 자랑스러웠기도 했지만, 힘들게 살아온 지난 세월 자신의 모습이 후배들의 웃음에 투영돼서다. 최 회장은 "38년 전 24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우승했던 당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사진= 이동훈 기자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사진= 이동훈 기자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최 회장은 14살이 되던 1970년 2월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 칼바람 부는 겨울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굶주림에 허덕인 그였다. 고창의 어느 읍내에서 시계점 안을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난로 옆에 앉아 시계를 고치고 있던 시계점 사장이 부러웠다. '저렇게 따뜻한 곳에 앉아 시계를 고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에 중학교를 때려치우고 무작정 상경했다.

최 회장은 "남대문에 있는 시계학원을 찾아가 원장에게 학원에서 먹고 자면서 모든 허드렛일을 하겠으니 배우게만 해달라고 떼를 썼다"며 "하루에 강의 6개를 모두 듣고 열심히 한 결과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회상했다. 원장은 실력이 쌓인 그에게 지방기능대회(시계수리분야) 출전을 권유했다. 세 차례 지방대회에서 낙방한 뒤 1973년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엔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고 197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최 회장은 "당시 귀국하자마자 정부에서 카퍼레이드를 해줬고, 청와대로 직행했다"며 "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동탑산업훈장을 줬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금일봉을 주셨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후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내 고급 시계점에서 10여 년간 일했고 1993년엔 서울 압구정동에 직접 시계점을 오픈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해 삼성동 공항터미널에도 시계점을 냈다. 그 사이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15년 동안 9번 도전했고 10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대한민국 명장(2009년)이 됐다. 우리나라에 시계분야 명장은 최 회장 외에 5명 뿐이다.

최 회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결국 이뤄진다"며 "우리 청년들도 죽기 살기로 노력하면서, 간절히 원하면 분명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사진= 이동훈 기자최창묵 대한민국명장회장/사진= 이동훈 기자

최 회장은 올해 3월 명장회장이 되고 나서 7개월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전국을 누비는 각종 행사에 40회 이상 참석했고, 명장들의 권익을 높였다. 내년부터 운영되는 명장대학원과 명장아카데미가 그의 작품이다. 또 그동안 고용노동부 장관 명의로 나오던 명장증서가 최 회장의 건의로 대통령 명의로 나오게 된다. 요즘엔 명장회관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70명 정도 되는 명장들의 기를 살리고, 우리 청년들이 이들을 롤 모델로 삼아 기술·기능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최 회장은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술만 있으면 실업자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다"며 "우리 청년들이 무턱대고 대학만 가려고 하지 말고, 선취업 후진학 같은 좋은 제도를 활용해서 자신의 진로를 올바르게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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