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잔혹사 끝낼까?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3.09.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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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분 이미 검증, 호주 임상2상 완료"…대형 기술수출 성공 첫 사례 될까

메디톡스,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잔혹사 끝낼까?


최근 3898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메디톡스 (129,200원 ▼100 -0.08%)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수출에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국내 관련업계에서 총 금액 1억 달러 이상인 기술수출 사례는 총 6차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제품 판매계약까지 성사된 계약은 전무했다. 최초 계약이 흐지부지되며 제품 개발이 중단된 계약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호주에서 임상2상 시험을 마쳤고, 기존 물질의 효능을 개선한 신약이어서 기술수출이 최종 제품 판매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최근 미국 앨러건사와 3억6200만 달러 규모의 차세대 보톡스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계약금 6500만 달러와 허가등록 시 마일스톤(단계별 성공보수) 1억1650만 달러,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 1억8050만 달러다. 여기에 차세대 보톡스 제조에 따른 수익과 제품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합치면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임상3상도 긍정적…판매계약 이어질 듯=차세대 보톡스는 실온에서 액체 형태로 보관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기존 보톡스는 동결 건조를 통해 섭씨 4도 이하에서만 보관해야 하고, 사용 시 식염수와 혈청을 타는 등의 불편이 있었다.



또 메디톡스는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해 동물성 단백질을 사용한 기존 제품보다 안전성이 높고, 중동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메디톡스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의 차세대 보톡스 개발권과 판매권을 앨러간 측에 모두 넘겼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중 앨러간 주도하에 미국과 유럽 임상3상 시험에 진입할 것"이라며 "호주에서 진행된 임상2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임상3상 시험 성공확률은 90%이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 계약금 부분을 뺀 나머지 마일스톤은 임상시험이 늦어지면 덩달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마땅한 대안도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계약이 '앨러간의 경쟁제품 죽이기' 전략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앨러간은 보톡스 최초 개발사로 현재 전 세계에서 시장 점유율이 76%에 달한다. 메디톡스가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보톡스는 앨러간에게는 강력한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술계약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며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경쟁제품 죽이기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기술수출 전환점 만들 듯=메디톡스 이전에 1억 달러 이상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진 것은 모두 6차례.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2007년 동화약품와 미국 P&G사가 체결한 골다공증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이다. 당시 총 계약금은 5억1100만달러였다.

하지만 2010년 P&G가 전문의약품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이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권을 동화약품에 다시 반납했다. 총 계약금액 중 동화약품이 받은 돈은 계약금을 포함해 70억원에 그쳤다. 결국 이 신약 후보물질은 개발이 중단됐다.

2007년 LG생명과학이 길리어드사에 기술수출했던 C형 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의 미국 임상시험도 2010년 중단됐다. 총계약규모는 2억달러였지만 LG생명과학이 얻은 수익은 2300만달러 정도였다. 임상중단 이유는 부작용 탓이었다. LG생명이 직접 개발했더라면 이 문제를 보완해 개발을 성공리에 끝낼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기술수출이 중도에 무산되면 실패한 신약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며 "새롭게 기술수출을 하려해도 두 번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이 이뤄지면 계약조건도 불리해지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며 "최대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서 계약을 하는 것이 기술수출의 노하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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