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투자자는 잠을 잘 잔다

머니투데이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 2013.09.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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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


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겪을 때마다 종종 이런 이야길 듣게 된다. 전문가니까 미리 한 발 먼저 움직여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막을 수 있어야 하며, 상승장에서는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고객으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불만이다. 그러나 현실은 3개월 뒤, 아니 당장 내일 시장도 어떻게 움직일 지 알 수 없다.



지난 6월 19일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발언은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금리는 오르고 주식시장은 출렁였다. 그의 발언이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다.

특히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도, 인도네시아의 경우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당 국가 환율이 폭락했다. 여기에 시리아 내전, 미국 예산안 확정 및 부채상한 증액 문제 등의 굵직한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KOSPI 지수는 1900선을 중심으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후 1800선을 하회하던 KOSPI 지수는 3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다시 10% 이상 반등하며 2000선을 회복했다.

한국증시는 채 2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IT 버블 붕괴, 2002년 신용카드 거품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1년 유럽재정위기까지 5번의 큰 조정을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측하는데 실패했고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미리 손실을 막을 수도 없었다. 과연 금융시장이 예측 가능했던 적이 있었던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정확한 예측능력을 갖춰야만 한다면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투자는 근본적으로 무모한 행위 아닐까?


以不變 應萬變(이불변 응만변)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변화에 대응한다'는 의미로 베트남의 국부(國父) 호치민의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어떠한 변화도 거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변화에 대처할 때의 자세 또는 마음가짐에 있어 변화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투자철학일 것이다. 투자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투자의 본질, 시장을 대하는 자세, 사명감 등이 담겨있으며 투자원칙으로 구체화돼 투자자의 행동에 기준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투자철학은 정답이 없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이 불안할수록 시장의 움직임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해외증시를 확인하느라 잠을 설치고 시시각각 올라오는 뉴스와 보고서를 살피면서 대응전략을 모색한다. 투자전략은 상황에 따라 수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략이 매번 성공할 수 없는 만큼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중심을 잃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잠을 잘 잔다(conservative investors sleep well)'라는 제목의 필립 피셔의 저서가 있다. 보수적이란 단어가 변화를 거부하는 의미를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고 신중함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필립 피셔가 말한 보수적인 투자자는 이불변 응만변의 투자를 하는 자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원칙을 지키는 투자는 수익을 보장해 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위기에 빠지는 것은 막아줄 수 있다고 믿는다. 잠을 잘 자야 뭐든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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