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대물보상 한도..범인은 외제차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3.09.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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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트럭인 '포터'로 과일 행상을 하던 강릉의 김모씨. 새벽길을 달리다 외제차 'BMW'와 사고가 났다. 급한 마음에 노란불로 바뀌려는 순간에 액셀을 밟았던 게 화근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의 신호위반으로 결론이 나 상대 차량의 수리비 5200만여원을 물어줘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 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대물한도 3000만원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행상이 수천만 원이 어디 있습니까.' 통사정 끝에 1000만 원을 먼저 내고 나머지는 나눠 갚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10년 무사고 경력의 배모씨는 최근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면서 대물배상 보상한도를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렸다. '너무 많이 잡았나'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외제차가 흔해진 만큼 미연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보험료 차이가 1만 원대 중반으로 크지 않다는 것도 배씨의 결심을 굳히는 데 한몫을 했다.



자동차보험에서 대물배상(상대방 차량 파손에 대한 배상, 수리비용·렌트비·교환가액·영업손실 등이 포함)보상한도를 늘리는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가의 외제차가 늘어나는 가운데,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서 충분히 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를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만해도 3000만원 또는 1억원이 대부분이었던 대물배상 보상한도가 2억원, 3억원 등으로 고액화되고 있다. 회사별로 다르지만, 비중이 높은 곳은 40~50%에 이르는 가입자가 보상한도 2억원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A사의 경우 보상한도를 1억원 미만으로 가입한 고객의 비중은 2008년 23.8%에서 2012년 7.1%로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B사 역시 이 기간 1억원 미만 가입고객의 비중이 33.3%에서 8.3%로 감소했다.

가입금액을 봐도 2008년(A사 기준)에는 가입자의 70% 이상이 1억원에 가입했지만 현재는 1억원과 2억원의 비중이 41~42% 수준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08년 2위였던 3000만원 가입자(12%)의 비중은 2%로 줄었고, 대신 당시에는 거의 가입하지 않았던 3억원(3.3%)과 5억원(3.3%), 10억원(2.3%) 가입자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제차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내수 차량의 가격도 상승하면서 가입금액을 높이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보사들은 보상한도 가입금액에 따른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고액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물보상 한도 평균은 연 16만원 수준인데, 한도 1억 원과 2억 원 간 보험료 차이는 4000원, 1억 원과 3억 원 차이는 96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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