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명절증후군, 남자도 앓는다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13.09.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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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40雜s]명절증후군, 남자도 앓는다


'명절증후군'.
한국 여자들만 걸리는 평생 불치병인 것처럼들 그러는데, 남자들도 명절 증후군 앓는다.

자동차 몇 시간씩 운전해 가느라고 허리 아픈거? 장인, 손위 처남들 술 받아 먹느라 힘들다고? 아이 봐주느라, 용돈 마련하느라?

그런 거 갖고 '증후군' 어쩌고 하면 와이프한테 맞아 죽지.



여자들이 제일 재미없어 한다는 군대 이야기로 치면, 병장이 상병들 집합시켜놓고 몽둥이 찜질 할 때 그거 쳐다보는 일등병의 공포가 남자의 명절 증후군이다. 저 매가 좀 있으면 두배로 나한테 돌아올 걸 뻔히 알면서 바라보는 그 심정을 여자들은 모를 거다.

추석, 설은 남편한테는 끔찍한 군대시절 '줄빠따' 같은 고문이다.
명절 며칠전부터 스트레스에 얼굴을 펴지 않는 와이프는 상병님이 된다. 출퇴근때 발소리도 죽여야 한다.



명절 당일엔 시가와 처가 사이 갈림길에서 어딜 먼저 가고 어디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로 신경전을 펼친다.
날때부터 양성평등 의식을 타고난 딸 아이들은 "왜 우리는 맨날 친가집부터 가는거야?" "왜 명절때는 여자들만 음식하고 상차리고, 남자들은 놀아?" 라고 엄마의 부아를 돋운다.

아빠들인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냐.
차라리 아빠도 그냥 부엌에서 일하는게 편하겠다. 너네들 세상에선 그렇게 하렴. 아빠는 명절상은 물론 제삿상 받아 먹을 생각도 안해.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까지 내려온 '전통'을 뒤엎는 반란을 일으킬 배포는 없단다.

시선은 TV에 가 있지만 신경은 부엌쪽으로 쏠린다. 눈은 가재미 눈이 돼서. 혹시나 뭔 큰 소리 나지나 않을까, 와이프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한시라도 빨리 '시월드'를 탈출하고픈 와이프 심정을 백번 이해하지만, 1년에 한두번 모이는 명절, 와이프 앞에서 찍소리 못하고 사는 모습을 부모형제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진 않다. 조마조마하던 명절이 그럭저럭 지나가 주면 그저 와이프한테 고마울 따름이다.

미국은 '시월드'보단 '처월드'가 더 문제다. 고부갈등보다 '장서갈등'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장모 파워가 대단하다 보니 1981년 연방하원이 10월 네째주 일요일을 '장모의 날(Mother-in-Law Day)'로 선포하기까지 했다(305대 66으로 통과됐다는데, 거기 반대표 던진 66명의 의원들은 남자라면 독신이거나 겁대가리를 상실한 선수일듯. 우리나라도 어느 의원이 아이디어만 내면 곧바로 통과될 거다).

부권이 강하면 시어머니가 아들 권력을 업고 며느리에 대한 간섭을 심하게 하고, 모권이 강한 사회는 장모가 딸의 위세에 힘입어 사위참견을 일삼아 장서 갈등이 심해진다고 한다.

어딜 둘러봐도 여성들 파워가 하늘을 찌르고, 여성 대통령까지 배출한 우리나라.
이제 머잖아 '시월드'라는 말은 고어 사전으로 들어가고 '처월드'가 일상 용어가 될 터....아내들이여 그때까지 조금만 더 참고 견뎌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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