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물건은 대부분 40~50%가량 대출금이 끼어 있어 전세금을 떼이는 '깡통전세'가 우려돼 꺼린다. 김씨는 두 달여간의 고생 끝에 가까스로 경기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에 소재한 84㎡ 아파트를 전세계약하기로 했다.
때마침 김씨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이달 초 정부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전세금을 보장해 주는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보증료율도 보증가액(1억6000만원)의 0.197%로 1년에 31만5200원만 내면 된다. 매달 2만6000원이면 전세금 떼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착한 임대인' 어디 없나요?=최근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해주는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집값은 떨어지고 가계부채는 늘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보증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다.
담보대출 비율이 낮은 '안전한' 전셋집을 찾기 힘들다보니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비율이 높은 전셋집을 계약하기도 한다. 이에 정부가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을 내놓았지만 가입조건이 까다롭고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해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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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보증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이 본격 판매에 들어갔지만 현재까지 보증 상품을 이용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문의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폭주하고 있지만 가입자격 여부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보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임대차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전입세대 열람원, 주민등록등본 등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주인의 인감증명서와 동의가 필요한 데다 발급심사도 거쳐야 한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은 '채권양도'의 형식을 띠고 있어 법적으로 채무자인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며 "흔쾌히 동의해 주는 '착한 임대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돈 안 드는 전세도 '찬밥신세' 마찬가지=박근혜정부가 출범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도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6개 시중은행에서 출시한 '목돈안드는전세대출Ⅱ' 이용건수는 은행에 따라 아예 없거나 1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제도는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전세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에 대출금의 120% 이내에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양도하는 대신 대출금리를 낮춰받는 게 골자다.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데 드는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어 '렌트푸어' 대책으로 통한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집주인의 비협조가 걸림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약을 맺는 과정에서 집주인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집주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는데 어느 집주인이 흔쾌히 동의해 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달 출시가 예정된 '목돈안드는전세대출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이 상품은 아예 집주인이 본인 소유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이자를 세입자가 갚는 방식이어서 더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를 보다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임대인 우위인 임대차시장에서 집주인이 굳이 세원을 노출하면서까지 이 상품들을 이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집주인의 거부감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정부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