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남아 男 24%, 강간 경험 있다" 충격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3.09.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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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른바 '인도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인도 여대생이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숨졌다. 이후 인도에선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정부에 여성보호정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거세졌다./사진=AFP(뉴스1)지난해 12월 이른바 '인도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인도 여대생이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숨졌다. 이후 인도에선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정부에 여성보호정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거세졌다./사진=AFP(뉴스1)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6개국에서 남성 4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여성을 강간한 경험이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유엔 조사에서 나타났다.



유엔개발계획(UNDP) 등 유엔 산하 5개 기관은 10일(현지시간) 합동 브리핑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 지역의 성폭행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중국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파푸아뉴기니 등 6개국의 특정 지역 18∼49세 남성 1만명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로 이뤄졌다.



피해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 실태를 조사하던 과거와 달리 상담훈련을 받은 남자 조사원이 익명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조사에서는 상대의 동의가 없는 삽입성교를 강간의 기준으로 삼았다.

발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남성 가운데 11%가 배우자·여자친구가 아닌 여성을 강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부부강간 등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24%까지 올라갔다.

강간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남성 가운데 45%는 지금껏 두명 이상을 강간했다고 응답했다. 또 강간 경험이 있다고 답한 남성의 절반이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하 청소년이 12%를 차지했다.


성폭행이 가장 만연한 곳은 파푸아뉴기니의 부갱빌(62% 이상)이었다. 1998년까지 10여년간 지속됐던 내전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뉴기니 지역(48.6%), 인도네시아 도시 (26.2%), 중국 지방·시골(22.2%), 캄보디아(20.4%), 인도네시아 시골(19.5%), 스리랑카(14.5%), 방글라데시 시골(14.1%), 방글라데시 도시(9.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성폭행이 만연한 이유로는 높은 아동학대율, 사회구조를 무너뜨리는 내전 등 갈등상황, 극히 낮은 처벌률 등이 꼽혔다. 성폭행을 한 남성 가운데 72~97%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의 이유에 대해선 '남성으로서 성교할 권리가 있기 때문'(75%)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피해 여성과 자고 싶었다거나 단순히 성교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종합한 결과다.

'재미로 성폭행을 했다'는 답이 59%, '피해 여성에게 벌을 주기 위해 성폭행을 했다'는 답이 38%로 뒤를 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예방을 위한 파트너' 지역기구의 엠마 훌루 연구원은 "이 지역에서는 성폭력이 만연하지만 동시에 예방 가능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의 로베르타 클라크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국장은 "이 지역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가혹한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며 "남성들이 여성 위에 군림하고 통제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그러나 이번 조사가 특정 국가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됐다는 점에서 성폭행 수치를 국가 전체의 성폭행률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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